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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사채업자 과세는 어려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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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8 21:08:12 수정 : 2014-10-28 21: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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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현직 판사와 사채업자 사이에 수상한 돈거래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판사에 대한 계좌 추적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결과가 주목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사자는 극구 부인을 하고 있고,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니 귀추를 지켜볼 일이다. 돈거래야 누구와 한들 상관있겠느냐마는 당사자가 사채업자와 현직 판사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일 사건청탁의 대가라면 사법부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다. 몇 달 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한 삶을 강조했고, 무한경쟁을 경계하고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싸우라고도 했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내다가도 한순간으로 끝나 버린다. 필자는 그동안 수많은 세금사건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를 돌리는 중심 중의 하나가 사채업자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돈은 온몸에 피가 돌 듯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고 있다. 돈이 되는 데는 다 돌아다닌다. 사채업자에게는 돈이 자유고 권력이다.

과세당국이 대부업체 하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폐업을 한 업체였는데 수상하게도 배달된 우편물을 며칠 간격으로 누군가 수거해가고 있었다. 세무조사 결과 회사직원 아내 명의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와 여러 업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상하게도 업체의 대표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직원이 동일했고, 업체 간에 자금을 자유롭게 주고받고 했다. 업체 대표 중에는 무재산인 자가 있었음에도 4년 동안 돌린 대부원금이 1조원을 넘는 엄청난 액수라 분명 전주(錢主)가 따로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몇 개월 동안의 자금추적 결과 갑이라는 사람을 주목했다. 7∼8개의 비밀사업장을 갖고 직원 등 120명 이상의 차명계좌를 통해 사채업을 하며 세금을 탈루했다고 봤다. 결국 갑은 조세포탈죄로 그의 사업장 명의자들은 종범으로 같이 고발됐고, 아울러 갑은 종합소득세로 수백억원을 과세처분받았다.

고성춘 조세전문 변호사
그런데 국세청의 고발내용은 수사기관에서 뒤바뀌었다. 경찰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인 검찰에서는 갑은 사채업자가 아니기에 조세포탈죄를 범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고, 오히려 종범으로 고발된 사업장 명의자를 사채업자로 봐 그들만 기소했다. 갑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당일 질병치료를 이유로 이미 미국으로 출국해 국내에 없는 상태였다. 검찰은 형사재판 도중 공소장 변경을 했는데 6개 대부업체의 대표자 6명에 대한 포탈세액을 수백억원에서 수십억원으로 줄이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그들에게 수십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이 형사판결은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쳐 서울행정법원은 그로부터 4개월 후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과세관청이 항소하자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1, 2심 법원은 갑이 6개 업체의 실제사업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과세관청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국가가 하는 모든 소송은 법무부의 지휘를 받게 돼 있는데, 상고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상고포기지휘명령에 따라 결국 이 판결은 확정됐다.

나는 사채업자의 위력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거창하게 시작됐던 과세처분이 실속 없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사건이었다.

고성춘 조세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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