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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남남 갈등'으로 번진 대북전단 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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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8 19:02:48 수정 : 2014-10-28 23: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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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협 고조에 정부 '어정쩡 대응' 화 키워… 대안 찾아야
대북 전단(삐라)을 둘러싼 ‘남남 갈등’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이번 기회에 대북 전단 문제에 관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북한이 반발하는 대북 전단 살포가 남남 갈등으로 번진 1차적 책임은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하며 위협 수위를 고조시킨 북한에 있다. 사전에 전단 살포 계획을 요란하게 공개하며 북한에 빌미를 제공한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도 갈등을 유발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신변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역할 사이에서 원칙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4.5mm 고사총
◆북한의 반복되는 대북 전단 위협


북한의 반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툭하면 남한의 민간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2008년 10월2일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대북 전단 살포가 개성공단 사업 등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군이 ‘실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한껏 높였다. 대북 전단과 개성공단을 연계시킨 북한은 두 달 뒤인 12월1일 실제로 군사분계선 통행 제한을 주요 골자로 하는 ‘12·1 조치’를 일방적으로 단행했다. 남북 간 육로 통행을 제한한 이 조치로 인해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측 인원이 제한됐고 개성관광도 중지됐다. 남북 간 열차운행도 차단됐다. 북측은 대북 전단 대응 수단으로 ‘조준 격파 사격’, ‘심리전 발원지에 대한 조준 사격’, ‘사소한 삐라 살포 움직임 포착되는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 실행’ 등을 거론하며 협박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대북 전단이 실린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한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반발 수위가 한층 더 격화됐음을 보여준다. 북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측이 이른바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 전단에 한층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화 의지를 읽은 북한이 대북 전단 사건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차 남북고위급 접촉 성사 자체가 남한 정부에 주는 북한의 ‘통 큰 선물’인 양 여기면서 대북 전단 살포건을 협상 수단으로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전단 살포 단체 회원이 자신이 타고 온 전세버스에 저지 단체 회원·주민들이 던진 계란이 날아들자 생수병의 물을 뿌리고 있다.
◆민관 협력 절실… 정부도 전략적 대응을


지난 25일 경기도 파주에서 벌어진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찬반 단체의 격렬한 실랑이는 ‘남남 갈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례다. 일부 대북 전단 단체들은 북한의 고사총 총격 이후 주민 불안이 커진 와중에 여론의 주목을 끌어 유명해지겠다는 의도로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했다. 이날 공개적으로 전단 살포 계획을 밝히고 추진을 시도한 단체 중 일부는 그동안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단체가 아니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함께 비공개로 조용히 대북 전단을 날려온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이나 강재천 북한인권 활동가는 “대북이 아닌 대남 홍보를 목적으로 한 사전 언론공개와 주간(낮) 작업은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 의원은 이후에도 카카오스토리 등 개인 SNS를 통해 ‘거짓 삐라 세력’과 ‘참삐라 세력’의 구분을 주장하며 “거짓 삐라는 사전 언론 공개 삐라”라며 “이들은 당일 바람이 북쪽으로 향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삐라를 뿌렸는데 이는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북은 이 공개 삐라를 빌미로 도발·협박을 하고 주민과 삐라 반대세력이 몰려와 충돌이 일어난다”며 “더 이상 거짓 삐라 그룹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2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인근에서 대북 전단 공개 살포를 주도한 최우원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공동대표가 살포 강행을 선언하며 진보 단체를 규탄하고 있다.
어정쩡한 정부의 대응도 북한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남 위협 및 남남갈등 조장 수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개입 불가’라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다가 여야 정치권 등 여론 동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주민 신변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에는 경찰이 저지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전단 살포를 둘러싼 찬반 단체 간 계란 투척 및 극렬한 몸싸움이 벌어진 지난 25일 파주에 경찰이 투입됐으나 현장은 통제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4월 관련 민간단체의 활동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나서 차단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간 공개적 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해 4월15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단 보내는 트럭이라든가 기구를 다 경찰에 차압당했다”며 정부가 김일성 주석 생일을 앞두고 대규모 전단을 살포하려던 활동을 막은 데 대해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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