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mm 고사총 |
북한의 반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툭하면 남한의 민간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2008년 10월2일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대북 전단 살포가 개성공단 사업 등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군이 ‘실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한껏 높였다. 대북 전단과 개성공단을 연계시킨 북한은 두 달 뒤인 12월1일 실제로 군사분계선 통행 제한을 주요 골자로 하는 ‘12·1 조치’를 일방적으로 단행했다. 남북 간 육로 통행을 제한한 이 조치로 인해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측 인원이 제한됐고 개성관광도 중지됐다. 남북 간 열차운행도 차단됐다. 북측은 대북 전단 대응 수단으로 ‘조준 격파 사격’, ‘심리전 발원지에 대한 조준 사격’, ‘사소한 삐라 살포 움직임 포착되는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 실행’ 등을 거론하며 협박했다.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전단 살포 단체 회원이 자신이 타고 온 전세버스에 저지 단체 회원·주민들이 던진 계란이 날아들자 생수병의 물을 뿌리고 있다. |
지난 25일 경기도 파주에서 벌어진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찬반 단체의 격렬한 실랑이는 ‘남남 갈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례다. 일부 대북 전단 단체들은 북한의 고사총 총격 이후 주민 불안이 커진 와중에 여론의 주목을 끌어 유명해지겠다는 의도로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했다. 이날 공개적으로 전단 살포 계획을 밝히고 추진을 시도한 단체 중 일부는 그동안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단체가 아니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함께 비공개로 조용히 대북 전단을 날려온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이나 강재천 북한인권 활동가는 “대북이 아닌 대남 홍보를 목적으로 한 사전 언론공개와 주간(낮) 작업은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 의원은 이후에도 카카오스토리 등 개인 SNS를 통해 ‘거짓 삐라 세력’과 ‘참삐라 세력’의 구분을 주장하며 “거짓 삐라는 사전 언론 공개 삐라”라며 “이들은 당일 바람이 북쪽으로 향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삐라를 뿌렸는데 이는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북은 이 공개 삐라를 빌미로 도발·협박을 하고 주민과 삐라 반대세력이 몰려와 충돌이 일어난다”며 “더 이상 거짓 삐라 그룹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2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인근에서 대북 전단 공개 살포를 주도한 최우원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공동대표가 살포 강행을 선언하며 진보 단체를 규탄하고 있다. |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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