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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칼럼] 부실예산 심사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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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6 20:56:51 수정 : 2014-10-26 21: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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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벌써부터 예산안 이견 커 우려
지역구민에게 보여주기식 탈피를
며칠 전 상갓집을 다녀오다 아파트 숲속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동네 슈퍼에 들렸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주인 아저씨는 TV를 보면서 가게를 보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수고하신다고 했더니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한 영업시간이라며 이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하는데 왜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느냐고 되묻는다. 답을 기대하진 않았겠지만 할 말이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 실적이 말해주듯 한국경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길목에 들어섰다. 분기 국내총생산이 2011년 1분기부터 추경까지 편성하며 경기를 떠받친 작년 2분기와 3분기를 제외하곤 줄곧 0%대의 성장에서 헤매고 있다. 이번 3분기 실질성장률이 0.9%라곤 하나 최경환호의 전격적 경기부양책과 기저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나락으로 가라앉기만 하는 경기침체에 대한 실망감이 국회와 정치에 대한 지나친 불신과 적대감으로 이어지고 걱정이다. 긍정적 의미에서 국민 관심을 받아도 모자랄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시기에 반정치 프레임이 지나치게 확산되면 부실심사로 기득권 집단만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역대 최대 피감기관과 최단 준비기간’이란 타이틀을 달았던 국정감사는 그렇다 치고 2015년 새해예산안 심의는 시작되기도 전에 부실 날림 심의가 예고되면서 보지도 않은 드라마의 뻔한 결말을 예견하는 듯한 총평이 난무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초 여야가 내실 있는 감사를 하겠다며 한 번에 20여일간 하는 국정감사를 8월과 10월에 두 번으로 나눠하자고 합의해 놓고는 세월호특별법으로 싸움만 하다가 8월 국감은 막조차 올리지 못했다. 더욱이 올해부턴 ‘국회선진화법’이 발동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심사 여부에 상관없이 12월2일 정부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게 돼 있다.

국회법에 따라 예산안은 예결위의 공청회와 각각 상임위원회의 예산심사와 예결위 내의 소위원회에서 종합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을 해야 된다. 벌써부터 여야가 이견을 보이며 소위 구성이 지체되고 있다. 결국 예산을 심사할 기간은 11월 한 달뿐인데 꼭 거쳐야 하는 공청회와 상임위별 예산심사에 보름은 소요돼야 한다. 이런 물리적 어려움이 예견되는데도 국회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은 이번 예산의 중요성 때문이다.

3년째 목표치에 미달하는 국세수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율인 5.7%나 늘어난 예산을 편성한 것은 재정을 풀어서라도 침체되는 경기를 뒤집어 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세계경제 전체가 침체의 수렁에서 헤매는데 같이 빠져들지 않도록 국회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중국과 유럽경제가 다시 비틀거리고 있고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계속 의심을 받으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등 세계경제 시야가 극도로 불투명한 가운데 그마나 한국경제가 이 정도라도 버티는 것은 국가재정이 견딜 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년도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25조5000원에서 33조6000원으로 늘어나는 재정 건전성 훼손을 담보로 해 예산을 짠 정부의 레버리지 정책을 국회가 꼼꼼히 챙겨보아야 한다. 이번 국회 예산심의가 과거처럼 국가채무와 거시예산에 대해 형식적인 질의만 하거나 상임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개별사업이나 미시예산, 특히 지역구민에게 보여주기 식의 지역사업 유치 질의로 이어져선 안 된다.

18대 국회 마지막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 의결을 끝내고 당시 강창희 국회의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장 직권상정도 없는 상황에서 식물국회의 우려가 크고 결국 여론이 국회를 이끌어갈 것이어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난다.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었지만 이는 국회 발전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국회가 국민의 화합과 조정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정신을 잊은 것이라 생각됐다. ‘국회선진화법’ 자체로 몸싸움이 방지된다기보다는 이를 토대로 대화와 타협의 소통 국회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심사는 동네 슈퍼 주인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그런 마음을 담는 심사가 되길 바란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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