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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셜록 홈스’ 키워 불법 흥신소 폐해 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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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4 20:52:20 수정 : 2014-10-24 2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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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국내 1호 탐정교수’ 국제보안대학 김선환씨 키는 6피트(180㎝). 하지만 깡말라 더 커보인다. 살집이 없는 매부리코는 전체적으로 기민하고 단호한 인상을 준다. 각지고 돌출한 턱은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아서 코넌 도일의 소설 속 셜록 홈스의 모습이다. 영국 런던 베이커가 221B 하숙집에서 의사인 존 H 왓슨과 함께 살면서 500여건의 사건을 해결한 그는 세계 최초의 민간 자문탐정이다.

키는 170㎝ 정도. 얼굴은 둥근 편이고 배가 조금 나왔다. 여느 ‘대한민국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은 가끔 날카롭게 빛난다는 느낌을 준다. 24일 울산에서 만난 국내 1호 탐정교수인 김선환(53) 국제보안대학 교수의 모습이다.

국내 1호 민간자문탐정인 김선환 교수는 인성과 정의감, 도덕적 의식이 탐정에게 중요한 덕목이라고 여긴다.
“탐정의 대명사인 홈스와는 전혀 딴판이지요. 민간조사제도가 법제화·양성화되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홈스와 같은 명성을 떨칠 탐정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김 교수는 올해 초 서울 서강전문학교 초대 탐정학부 학부장에 위촉됐다. 지난달부터는 국제보안대학을 통해 새내기 탐정을 길러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법학에서 탐정윤리, 추리, 추적, 조사각론, 위장술, 범죄심리, 인관관계론, 호신권법 등 탐정에게 필요한 학문과 기술을 가르친다. 10주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미국 워싱턴주에서 민간조사탐정 자격을 인증해준다. 우리나라는 아직 민간조사제도가 법제화돼 있지 않다.

그는 국제법과학감정연구소, 국제범죄수사국 등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탐정이 된 건 2006년쯤이다. 시설보안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대구의 대경대학에서 경호행정학부 겸임교수를 맡아 후학을 양성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보안 관련 일을 하다보니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 받는 일이 잦았다. 사기 피해를 본 것 같다는 지인을 위해 대신 사실관계 조사를 하거나 업계 평판 조사를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줬다. 실제 사기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어서 경찰 등 사법기관의 도움을 받긴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좀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동국대 경찰학과 석사과정을 거치며 수사학 등 전문지식을 더 공부했다. 그렇게 민간조사학에 빠져들었다.

그는 최근에도 자살 사이트에 가입하고 가출한 부산 출신의 한 대학생을 찾아 달라는 요청을 받아 도움을 줬다. 통신기록 확인하고 탐문한 끝에 서울 용산 부근의 한 원룸에서 단체자살을 기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실종자 찾기, 기업정보 수집, 모조품 적발, 산업스파이 적발, 소송 증거 수집 등 민간조사업의 영역은 다양하다. 국내에선 200여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김 교수는 “범죄 정황이 없다면 공적 서비스인 경찰과 검찰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고, 인력 문제 등으로 경찰이 손 놓은 실종사건도 그렇다”며 “공적 서비스의 2%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탐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민간조사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다. 국내에도 탐정업 수요가 항상 있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부상 이야기를 꺼냈다. 보부상들은 자녀 혼례를 앞둔 양반들의 요청으로 지방 명문가나 상대 집안의 정보를 수집하고 확인해 알려줬던 것 역시 탐정의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난립하는 것도 수요의 방증이라고도 했다. 그는 “탐정업이 양성화된다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어 오히려 불법 흥신업을 걸러내고 사생활 침해와 같은 부작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민간조사제도가 법제화되지 않은 국가는 한국뿐이다. 미국은 2만여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도 비즈니스 컨설팅, 위기관리센터라는 이름으로 20여개의 해외 기업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제도 도입이 늦춰질수록 해외 업체에 2조원 규모의 시장이 잠식될 거라고 그는 전망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인기 새누리당 의원실도 민간조사 시장이 활성화되면 변호사 시장을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 교수가 탐정 양성에 나선 것도 역기능을 하는 불법 흥신업을 줄이기 위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는 “탐정은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갖춰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성적 소양과 정의감, 도덕적 무장”이라며 “도덕적 기준 없이 기술만 익혀 정보를 악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뛰어난 대한민국 탐정들을 수출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늦은 만큼 도덕적이고 뛰어난 명탐정을 키우기 위해 더 노력할 겁니다. 언젠간 대한민국에도 셜록 홈스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울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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