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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역사의 현장 남기는 일, 힘들지만 보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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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5 06:00:00 수정 : 2014-10-25 10: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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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차 베테랑 정숙 주무관
“힘들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는 일이니까요.”

지난 21일 국회 의정기록과에서 만난 정숙 주무관(42·사진)은 두툼한 가방 2개를 들고 나타났다. 한 가방에 속기 키보드가, 또 다른 가방에는 현장 국정감사를 대비해 키보드를 받치는 삼각다리가 들어 있었다. 정 주무관은 전날 지방에서 개최된 국감에 갔다가 다음 국감을 위해 서둘러 올라왔다고 했다.

경력 19년차의 그는 기획재정·보건복지·안전행정·환경노동위 4개 상임위를 맡고 있다. 정 주무관은 “평소 담당하는 상임위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챙겨 본다. 내용을 미리 숙지하지 않고 회의에 들어가면 이해할 수 없어 속기가 안 되고 나중에 회의록 만들 때도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1995년 국회 컴퓨터 속기사 1기로 채용됐다. 당시만 해도 공기관의 속기사 채용은 국회 이외에는 없었다고 한다.

여야 의원의 토종 사투리를 ‘딱하면 척’하고 알아듣기란 19년차 베테랑에게도 어렵다. 정 주무관은 “영어인지 사투리인지 분간하기 힘들 때도 많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한다”며 “혀가 짧은 의원들, 발음이 부정확한 의원들이 특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 사람을 계속 보면서 언어 습관, 말투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가끔은 회의 후에 조사가 ‘에’인지 ‘의’인지에 대해 난상토론이 벌어질 때도 있다”고 소개했다. “조사에 따라 발언의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업병도 있다. 그는 “일자 목이 많고 목이나 허리디스크, 안구건조증, 시력 저하, 손가락 관절 염증 등 다들 한두 가지쯤은 갖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정 주무관은 속기사로 매 순간 보람을 느낀다고 자부했다. “우리가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것처럼 후세들이 국회 회의록을 보고 이 시대를 알 수 있지 않느냐”는 이유에서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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