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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초선 옛 고참에 깍듯…국감장 '별'들의 세계

입력 : 2014-10-24 19:38:48 수정 : 2014-10-24 22: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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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기수가 서열… 다선 중진도 초선 옛 고참에 깍듯 전두환정권 시절이던 1986년 3월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의원 10여명은 서울 회현동의 요정 ‘회림’에서 군 고위장성 8명과 회식 자리를 가졌다. 폭탄주가 오간 이날 술자리에서 육군 참모차장(중장)이 여당 원내총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에 격분한 모 의원이 술잔을 벽에 던지자 동석했던 육군 소장이 이 의원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그 자리엔 공군 소장 출신의 국회 국방위원장도 앉아 있었지만 폭행 사건을 막지 못했다. 이른바 국방위 회식사건이다. 당시 신군부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하나회 소속 장성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그로부터 28년이 흐른 지금, 군 장성이 국회의원에게 하이킥을 날리는 일은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군 출신 의원 앞에선 더 조심하고 긴장해야 한다. 19대 국회에 별 출신 국회의원은 모두 8명이다. 그중 5명이 국방위 소속이다.

국정감사장에서 이들이 마이크를 잡으면 국방부와 합참을 비롯한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한층 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군 출신 의원들의 세계는 다른 직역 출신 의원의 세계와는 사뭇 다르다. 선수(選數)보다 전역 당시 계급을 존중하고 친정인 군과도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감 프리즘을 통해 군 출신 의원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국회 국방위 별 출신 5인방… 별 합계 17개


19대 국회 국방위에 소속된 별 출신 의원은 새누리당 황진하(68·육사 25기), 송영근(67·육사 27기), 한기호(62·육사 31기), 김성찬(60·해사 30기)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64·육사 29기)이다. 황·송·한 의원은 별 3개인 육군 중장으로 전역했고 백 의원은 3군사령관을 역임하며 별 4개인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다. 해군 출신 김 의원은 별 4개인 해군 대장으로 참모총장까지 올랐다. 이들이 달았던 별 숫자만 17개에 이른다.

국회에서는 당직이나 국회직 배분 과정에서 대개 몇 번 국회의원을 했느냐는 선수가 기준이 된다. 다만 군 출신 의원들의 경우엔 사관학교 기수와 전역 당시 별의 숫자가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작용한다.

국방위의 별 출신 5인방을 통상적인 국회 순위로 보면 지역구 3선인 황 의원이 1위로 국방위원장 자리를 맡고 있다. 2위는 지역구 재선인 한 의원이다. 다른 3명은 모두 초선으로 막내급이다. 그렇지만 국방위 여당 간사는 초선인 김 의원이 맡고 있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이란 점이 고려된 인선으로 평가된다. 백 의원도 국회 서열로 보면 가장 낮은 비례대표 초선이지만 국회 국방위에서는 입김이 센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백 의원이 유일한 육군 대장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8일 국방부 국감장. 전날 새누리당 송영근, 정미경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의 질의 도중 ‘쟤는 뭐든지 빼딱!’,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주고받은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문제가 됐다. 국감 시작부터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정 의원은 즉각 사과 의사를 표했다. 반면 송 의원은 “악질적 의도를 가지고 했다면 사과해야 하지만, 공개적,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국감은 감사 시작 35분여 만에 정회가 선포됐다. 20여분 뒤 속개된 감사에서 송 의원은 돌연 “야당 의원님께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 부분에 대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회 시간에 육사 25기인 황 위원장이 육사 27기 후배인 송 의원을 조용히 불러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지난 8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전날 새누리당 송영근(오른쪽)·정미경 의원이 주고받은 ‘야당 의원 비하 메모’에 대해 항의하자 송 의원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군 출신이다 보니…팔은 안으로 굽는다?


군 장성 출신 국회의원의 발언을 들여다 보면 은연중에 군 조직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한 의원은 지난 10일 병무청에 대한 국감에서 최근 논란이 된 육군 17사단장의 부하 여군 성추행 사건과 관련, “이번 사건은 계급을 통한 부조리를 저질렀다고 보기 힘들고 개인의 문제”라면서 “진급 과정에서 왜 걸러지지 않았느냐는 얘기는 할 수 있지만 장군은 악인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가는 것은 군을 폄훼하고 매도하는 행위”라며 군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을 경계했다. 15일 해군본부 국감에서는 통영함 납품 비리와 관련해 “방위사업청(방사청) 함정사업부에는 10개 가까운 사업팀이 있었고 16종의 함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다”며 “팀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추진하기 때문에 부장이 서명을 했지만 이것이 도덕적인 책임이지 실질적인 책임은 없다”고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의 연루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런 한 의원은 지난 7일 국방부 국감에서는 한민구 국방장관을 호되게 질책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이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자료와 지구본까지 준비해와서 한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지켜보던 황 위원장이 중재에 나설 정도였다. 한 의원과 한 장관은 육사 31기 동기 사이다. 일각에서는 육군 중장 출신으로 전역한 한 의원이 육군 참모총장, 합참의장에 이어 국방장관까지 오른 한 장관을 상대로 자신의 위상을 각인시키려 한 것 같다는 해석도 나왔다.

해군 출신인 김 의원은 지난 20일 방사청 국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중 이번 사건을 ‘해군사관학교 출신 동문의 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하자 발끈했다. 해사 30기인 김 의원은 윤 의원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일부의 문제를 갖고 전체가 그런 것처럼 하느냐”면서 해군을 두둔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별 출신 국회의원들이 국방위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제 식구 챙기기처럼 비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며 “군 출신이 국방위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은 군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과 조언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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