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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춘의종교과학에세이]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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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4 21:26:12 수정 : 2014-10-24 21: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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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광활한 바다에서 펼쳐지는 한 노인의 삶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쿠바 연안에서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돛단배를 타고 청새치를 낚아 상어떼로부터 지키고자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그는 84일간 고기를 잡지 못했다. 85일째 되는 날 거대한 청새치를 잡았다. 엄청난 사투 끝에 얻은 성과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떼의 공격을 받았다. 힘든 싸움 끝에 결국 노인이 가져온 것은 청새치의 머리와 앙상한 뼈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꿈과 이상과 목표를 품고 산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노력이 요구된다. 바다는 공간적으로는 삶의 현장을, 시간적으로는 인생의 노정을 의미한다. 청새치는 물고기를 넘어 꿈과 비전과 목표로 비유된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총장
‘노인과 바다’가 시사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는 ‘기다림’이다. 산티아고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전문가이다. 하지만 84일째 허탕만 쳤다. 84일간의 기다림이었다. 85일째 되는 날 비로소 기회를 잡았다. 7전8기가 아니라 84전85기의 도전이다. 우리는 아직도 실현되지 못한 꿈과 이상을 포기할 수 없다. 절대·유일·불변·영원의 가치와 법칙이 존재하는 한 이상세계는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을 버릴 수 없다. 때로는 깜깜한 정적이 흐르는 바다, 외로움과 적막감을 주는 광활한 바다. 산티아고는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돛단배와 같은 인생을 살았다. 한없이 작고 초라하며 무능력하게 보이지만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삶과 업(業)을 즐기는 달관자였다.

둘째는 ‘얻음’이다. 산티아고는 청새치를 잡고자 몸부림쳤다. 얻음을 위해 고난과 역경과 불운에 좌절하지 않았다. 돛대를 빼서 돛을 어깨 위에 메고 걷다가 쓰러질 때에 비로소 자신이 지쳐있음을 깨달았다. 그때까지는 신념과 집념으로 몰두했다. 그는 청새치의 존재가치를 높이고자 했다. 낚시에 물린 청새치는 어차피 상어 떼에게 먹힌다. 하지만 어부의 품에 안긴 청새치는 고급요리가 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사람들의 피와 살이 돼 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다. 그의 얻음은 높은 가치를 위한 얻음이다.

셋째는 ‘지킴’이다. 산티아고는 청새치를 지키고자 상어 떼와 사투를 벌였다. 얻기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은 더 힘들다. 가치 있는 것일수록 지키기 어렵다. 목숨을 걸고 얻은 것일수록 공격과 방해와 유혹이 크다. 꿈과 이상과 비전은 잘 지켜야만 의미가 있다.

넷째는 ‘성찰과 새출발’이다. 산티아고는 많은 것을 잃은 것 같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바다와 청새치와 상어떼와 하나가 됐고, 대화했다. 그의 삶은 성찰을 통해 영글어 갔다. 우리는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살아갈 삶을 준비하는가. 성찰에서 새 출발이 싹튼다.

나의 삶은 어떠한가. 기다림-얻음-지킴-성찰-새 출발이란 순환 과정은 어떠한가. 84전85기의 정신으로 꿈과 이상을 성취하려는 달관한 산티아고. 외롭고 지칠 때 곁에서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마놀린. 보다 높고 가치 있는 삶에 순응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청새치. 남의 업적을 가로채고 손상시키고 파괴하는 상어 떼. 나는 어떤 모습인가.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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