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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 표준화총국장 거머쥔 한국, 표준화 주도권 확보

입력 : 2014-10-24 17:25:57 수정 : 2014-10-25 15: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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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표준 선점에 유리한 위치…ICT 리더십 발휘 기회
이재섭 카이스트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24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되면서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표준화총국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총괄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직책으로, 사무총장·차장 등과 함께 투표로 선출되는 ITU 5대 고위직 가운데 하나.

표준화란 제품·서비스의 규격·기준을 통일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표준화총국이 표준화 작업을 통해 인류의 삶의 질 개선에 이바지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국제전화가 활성화되도록 각 나라에 국가번호(한국은 82번)를 부여했고 TV·비디어플레이어 등의 압축 기술을 표준화해 전 세계 어디서나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선박사고 때 긴급구조 신호용으로 쓰이는 모스부호 'SOS'를 국제표준으로 정한 것도 표준화총국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연구위원의 표준화총국장 당선은 한국이 ICT 분야의 글로벌 기술표준을 선도하고 국내 ICT 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차기 표준화총국은 미래 ICT 혁명의 진원지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표준 수립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이제 막 태동한 국내 IoT 기술이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IoT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을 만큼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 이번 ITU 전권회의에서도 'ICT 융합'과 함께 'IoT 촉진'을 주도적으로 제안해 현재 170여개국 대표단 간 논의가 진행중이다. IoT가 ITU 전권회의의 정식 의제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oT 외에 미래 인터넷 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차세대 네트워크'의 표준화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정보통신기술협회 관계자는 "선거로 뽑힌 국제기구 고위간부라는 직위 성격상 자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일은 없겠지만 한국인이 의사결정권자인 만큼 음으로 양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오허우린 ITU 현 사무차장이 사무총장에 당선된 데 이어 요직 가운데 하나인 표준화총국장에 한국인이 진출해 그동안 미국 유럽이 주도하던 ICT 기술표준 수립 과정에 아시아의 입김도 반영될 여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우리나라의 ICT 리더십 부재에 대한 고민도 이번에 어느 정도 씻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ICT 최강국이지만 ICT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라는 ITU에서 핵심 보직을 맡아 세계를 이끌어본 경험은 전무하다.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실무그룹인 ITU 연구반 의장단에 14명의 전문가를 진출시켜 미국(16명)·중국(15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지만, 선출고위직은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2006년에는 박기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문위원이 표준화총국장직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국제기구 고위직 선거에서는 국가 간 이해관계나 힘의 균형, 후보국의 전체적인 국력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에 우리 후보가 당선된 것은 국가·지역간 역학관계도 작용했겠지만 우리 국력이 그만큼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공은 27년간의 표준화 업무 경험과 ITU 내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이 연구위원의 개인 역량에 더해 민·관이 손을 잡고 전 세계를 무대로 총력 지원을 펼친 결과다.

특히 우리 정부는 작년 8월 이 연구위원을 ITU 표준화총국장 적임자로 선택해 후보 등록을 한 뒤 국가적인 역량을 모아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ITU 역사상 전권회의 유치국이 회의 개최와 동시에 선출고위직에 후보를 내세운 전례가 없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비관론도 있었지만 이 때를 놓치면 세계 기술표준을 주도할 기회를 영영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한국은 이후 미래부 장·차관과 산하기관장들을 중심으로 한 ICT 채널과 외교부 및 각국 주재 한국대사관 등 공식 외교채널을 모두 동원해 이 연구위원을 지원해왔다.

본 선거를 앞두고는 ITU 표준화총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튀니지 후보가 선전하는 상황에서 23일 중국의 자오허우린이 차기 사무총장으로 당선돼 '아시아 견제론'이 대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대세를 뒤집진 못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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