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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성적 취향… 얼굴만 봐도 압니다

입력 : 2014-10-24 19:55:10 수정 : 2014-10-24 19: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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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얼굴 연구’ 매달린 전문가, ‘매력의 비밀’ 과학적으로 풀어내
생김새로 특정 인물 기질 파악
‘건강한 얼굴이 아름답다’ 등 관념적 표현선 크게 안 벗어나
데이비드 페렛 지음/박여진 옮김/엘도라도/1만6800원
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데이비드 페렛 지음/박여진 옮김/엘도라도/1만6800원


당신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길을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목적지로 가기 위해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 주변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 중 누군가를 고를 것이다. 이때 당신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친절하게 대답해 줄 것 같은 외모를 가진 대상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누구의 옆자리에 앉을 것인지 정할 때도 당신의 판단은 상대방의 외모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잘생겼냐, 못생겼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신이 호감을 느끼는 얼굴을 가진 사람을 고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런 판단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책은 “그렇지가 않다”고 말한다. 외모만 보고 특정 인물의 성격이 어떨 것인지에 대한 관찰자의 판단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게 책의 설명이다. 놀라운 것은 관찰자들의 평가와 평가를 받은 사람의 가까운 지인이 내린 평가가 대부분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얼굴과 관련된 중요한 의문 하나를 제기한다. 바로 “얼굴만 봐도 성격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사람의 성격과 특징을 얼굴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있었다. ‘관상’이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상학’에서 “유난히 귀가 큰 남자는 수다스러운 경향이 있고, 이마가 좁은 남자는 변덕스러운 기질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관상이 사람 성격을 평가하는 완벽한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심지어 관상은 손금과 더불어 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의 하나였다. 어느 순간 “관상학은 가짜 과학이라는 평판을 얻으며 시들해졌지만”, 사람의 생김을 보고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관념은 여전하다. 얼굴로 성격을 알 수 있는지 물어보면 약 75%의 사람이 “그렇다”고 대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얼굴에 따른 성격의 판단은 개인 혹은 문화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나, 그렇다고 부정확한 건 아니다. 생면부지의 타인에 대한 지각의 정확성을 입증하는 수많은 연구들이 있다. “미국인이 중국인의 얼굴을 보고 짐작한 성격이나 중국인이 중국인을 보고 짐작한 성격이 일치했다”는 보고가 많다.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이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의 성생활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사랑하지 않아도 짧은 만남을 통한 성관계를 즐기는지 알 수 있다”고도 한다.

얼굴에는 성격, 성적인 취향, 성장 과정 등이 드러난다. 영국의 인간지각연구소는 이런 특징을 보여주는 얼굴을 분석하고 이미지로 표현했다. 사진①에서 왼쪽은 외향적 성격, 오른쪽은 내향적인 성격의 얼굴이다. 사진②에서 왼쪽은 장기적 관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오른쪽은 짧은 만남을 통해 성관계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미지다.
엘도라도 제공
하지만 책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얼굴의 어떤 점을 포착해 성격을 읽어내는가 하는 점이다. 책은 이를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고 하면서도 얼굴에 드러나는 ‘남성다움’을 단서의 하나로 제시한다. “여성의 얼굴에 남성다운 요소가 많으면 감정적인 안정성과 관련이 있다. 남성의 얼굴에 드러나는 남성다움은 지배력이나 확신 등과 관련이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인간지각연구소의 소장으로 20년간 얼굴에 대한 연구에 매달렸다. 각종 실험을 통해 밝혀진 흥미로운 결과를 책에 담았다. 인종, 성별, 나이 등 차이에도 보편적인 매력도가 높은 얼굴이 존재한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이를 생물학, 신경과학, 진화심리학 등을 통해 검증한다. 저자는 “아름다움은 주관적이다. 하지만 나는 과학적 도구를 이용해 미(美)를 연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얼굴 매력에 대한 나의 연구는 철저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책은 얼굴에 대한 일반적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건강한 얼굴이 아름답다” “상대방에 대한 호의에 따라 매력도가 달라진다” 등 설명은 싱겁기까지 하다. 하지만 얼굴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이 매력이다. 얼굴은 모든 사람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아닌가.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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