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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생각하고 감정 느낀다… 인간처럼?

입력 : 2014-10-24 20:01:16 수정 : 2014-10-24 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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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1022개 달하는 어휘 쓰고 개미는 선생·학생 나눠 교육하고
코끼리는 가족 죽음 슬퍼하기도
버지니아 모렐 지음/곽성혜 옮김/추수밭/1만6000원
동물을 깨닫는다/버지니아 모렐 지음/곽성혜 옮김/추수밭/1만6000원


찰스 슐츠의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개 ‘스누피’는 생각을 한다. 스누피는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고, 인간처럼 감정을 보여주며, 심지어 철학까지 한다. 비단 스누피뿐일까. 아이들이 읽는 동화나 애니메이션부터 성인들이 보는 영화까지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동물’은 대중문화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과 생각을 가진 동물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일까. 만화나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동물을 깨닫는다’는 ‘감정과 생각을 가진 동물’이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책은 인간이 동물의 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인 버지니아 모렐은 과학 전문 자유기고가로 ‘사이언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스미스소니언’ 등 세계적 과학 저널에 글을 실어온 인물이다.

책은 모렐이 ‘동물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의 대답을 위해 6년간 11개 나라에서 동물 인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과학자들을 찾아가 직접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은 개미부터 물총고기, 앵무새, 코끼리, 돌고래, 개, 침팬지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곤충, 물고기부터 상대적으로 고등하다고 여겨지는 대형 포유류까지 총망라돼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동물들에 대한 연구 결과는 흥미진진하다. 주둥이로 물을 쏘아 먹잇감을 사냥하는 물총고기는 먹이가 휘청거리는 순간 그것이 떨어질 위치, 수면에 닿자마자 잡아먹으려면 자신이 내야 하는 속도까지 계산한다. 물총고기는 이런 계산을 4만분의 1초, 즉 찰나에 끝낸다. 개는 1022개에 달하는 방대한 어휘를 쓰고, 나방은 한때 자신이 애벌레였음을 기억한다. 심지어 개미는 선생과 학생으로 나뉘어 교육까지 한다. ‘동물은 미개하다’라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는 내용이다. 이뿐 아니다. 책은 코끼리가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고, 침팬지가 인간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도 인간처럼 감정이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만이 감정과 생각을 가진 우월한 동물’이라는 우리의 편견과 달리 동물들도 생각을 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코끼리는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고, 새끼와 교감을 나누는 등 인간과 다름없는 감정을 지녔다. 어미 코끼리가 새끼와 함께 걸으며 따뜻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와 같은 동물들에 대한 ‘진실’을 통해 저자가 꼬집고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의 오만이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 인간은 모든 ‘하등한 존재’들의 정점에 서 있지 않다”면서 “진화는 선형적이지 않다. 방사형이다. 각각의 종이 옆 가지에서 진화하는 동안 생태와 행동의 결과로 해부학적 차이가 나타난다”라고 선언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지만 인간과 동물은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구를 나눠 쓰는 존재인 동물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동물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진실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서술이 돋보인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답게 직접 발품을 팔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뿐 아니라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의 삶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책 속에서 만나는 과학자들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열정적인 사람이 바로 과학자다. 그들은 동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어 보고자 동물과 동고동락을 해나가는 삶에 자신의 일생을 바친다. 이렇게 ‘차가운 머리’ 대신 ‘뜨거운 가슴’으로 사는 과학자들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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