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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킷 입어"… 소녀 구하려던 회사원의 눈물겨운 '살신성인'

입력 : 2014-10-23 21:40:47 수정 : 2014-10-24 08: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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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타케산 화산 폭발 당시 한 회사원의 '살신성인'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 요코하마시 사카에(榮) 구의 한 아파트에 경찰관들이 방문했다. 지난달 27일 발생한 나가노현 온타케산 화산 폭발 당시 숨진 회사원 오미야 히로시(26)의 등산용 재킷을 유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오미야씨는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입고 있던 재킷을 한 소녀에게 줬다. 결국 이 소녀는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히로시의 미담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위로를 안겨줬다.

당시 화산폭발로 쑥대밭이 된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초등학교 5학년생 나가야마 아카리(11)는 지난 4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이의 부모는 딸의 죽음에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곧 아이가 어른용 녹색 재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카리의 부모는 "누군가 딸을 위해 옷을 벗어준 것 같다. 딸은 죽었지만, 옷을 돌려주고 옷 주인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소문 끝에 분화현장에 있던 한 여성 등산객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면서 녹색 재킷 주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 여성의 목격담에 따르면, 화산 폭발 당시 오미야씨와 아카리 양은 함께 꼭 붙어있었다.

아카리가 춥다고 하자, 오미야씨는 자신의 배낭에서 재킷을 꺼내 아이에게 줬다. 여성은 "오미야씨가 아이의 발에 난 상처를 치료해줬다"며 "위험하다는 판단에 하산하다 (그들과) 헤어졌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오미야씨는 산 정상 인근에서, 아카리는 정상에서 15분 정도로 떨어진 등산로에서 각각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원인은 화산재와 함께 쏟아진 돌덩이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카리의 아버지 나가야마씨는 "겁이 많은 딸이 그래도 오미야씨가 옆에 있어준 덕분에 안심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미야씨 아버지 역시 "아들이 살아 있다면 남을 도운 것을 칭찬해줬을 텐데 안타깝다"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 지난달 온타케산 화산 폭발로 56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된 상태다. 일본 경찰은 산에 눈이 내리고 산 정상이 얼어붙는 바람에 지난 16일 수색을 종료했으며, 내년 봄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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