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보 환경' 모호한 변수… '무기한 재연기' 논란

입력 : 2014-10-24 03:45:00 수정 : 2014-10-24 03:45: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기 대신 왜 조건부 전환 명시했나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인수 시기를 또 다시 연기한 것은 양국 간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한국으로선 북한의 안보 위협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한층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억지력을 제고할 시간을 벌고자 했다. 노무현정부때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군사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전작권 전환 결정이 이뤄졌지만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아내기에는 아직 우리 군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미국으로서는 우리 정부의 전작권 전환시기 재연기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동맹의 틀 속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는 일본을 측면 지원해온 미국은 이번 결정을 통해 중국의 부상에 맞서 동북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인 한·미·일 삼각공조 틀을 강화하게 됐다.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해야 전작권 전환”… “조건이 너무 모호”

한·미 양국은 이번에 전작권 전환시기를 재연기하면서 전환시기를 못박지 않는 대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란 형식을 취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사실 북한 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환 시기를 못박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데 한·미가 공감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조건은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다.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동북아의 역내 안보불안 요인까지 고려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역내 안보 환경과 관련해 “한반도 주변 상황으로 보면 된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잇는 해상교통로가 무력분쟁에 휩싸인다면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주게된다”고 말했다. 두번째 조건은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번째는 북한이 국지도발이나 전면전을 일으켰을 때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필수 대응능력을 갖추고,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 제공 등이 원활할 때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했다.

이로써 전작권 전환 시점은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추진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및 ‘킬 체인(Kill Chain)’ 구축 시점과 연동되게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세 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은 ‘or’가 아닌 ‘and’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전작권이 전환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이라도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는 등 안보위협이 현저히 약화되면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가 달성되거나 통일이 되면 조건 충족에 관계없이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양국이 이날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내건 ‘역내 안보환경’은 평가 자체가 모호한 개념이라 전환 조건으로 삼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말 하는 韓국방 한민구 국방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환영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전작권 전환 예상 목표년도는 2020년대 중반”… “통일 이후로 늦추나”

전작권 전환 시기는 언제 한국군이 핵심군사능력을 갖추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전환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으나 2020년대 중반이라는 예상 목표년도가 나온다. 2025년일 수도, 2022∼2027년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런 폭을 가진 이유는 킬체인과 KAMD 체계 확보 등 전력 증강 사업이 완성되는 시점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의 계획대로라면 2022년쯤에 M-SAM(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과 패트리엇(PAC-3) 미사일,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의 확보가 가능해진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려면 탐지에서부터 인터셉트 방어나 요격, 교란은 물론 최종적으로 파괴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군이 이 네 가지 능력을 다 갖추는 시기는 2020년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탐지와 방어, 교란, 파괴를 위한 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 개념 및 원칙을 정립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한 작전계획은 ‘작전계획 5027-04’에 구체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지난해 ‘맞춤형 억제전략’에 합의한 지 1년 만에 이를 작전 개념과 원칙으로 격상, 앞으로 이를 실전에 응용가능한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킨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전작권 전환시점이 명시되지 않아 한·미가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한반도 통일 이후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바뀐 안보상황이나 북한의 오판 가능성은 이미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검토됐던 사항”이라며 “이번 연기도 군사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worldp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