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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꿀 힘 없다면, 마지막 선택은…

입력 : 2014-10-24 00:38:21 수정 : 2014-10-24 00: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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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역사의 격랑 속에 휩쓸려 희생되는 남녀의 사랑만큼 대중예술 작품에서 흔한 것이 없지만 ‘황태자 루돌프’는 그중에서도 조금더 특별한 이야기다. 황태자의 자살이라는 희대의 대사건을 일으킨 실존인물 루돌프 폰 합스부르크를 다루고 있기 때문.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태자였던 그는 황가의 사냥용 별장이었던 마이얼링에서 연인인 마리 베체라와 함께 손에 권총을 들고 죽은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은 자살로 알려졌지만 평소 개혁적이었던 그의 성향에 따라 아직까지도 수많은 의혹이 남아 호사가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사진)는 황태자의 죽음이라는 정해진 결말이 남아있는 실화의 비어있는 공간을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채워 넣는다. 극의 배경은 19세기 말 프란츠 요제프 1세 치하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아직까지 왕정시대의 구습이 남아있던 시대로 귀족 중심의 보수주의적 정권은 국민들의 삶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바쁘다. 굶주림을 견디다못한 한 소녀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루돌프는 체제의 모순을 직감하지만, 그는 한낱 실권 없는 황태자일 뿐.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갖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게 된 루돌프 앞에 나타난 것이 마리 베체라다. 루돌프처럼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마리는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마리의 지지를 바탕으로 루돌프는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황태자로 거듭난다. 하지만 이렇게 진정한 개혁주의자로 거듭난 루돌프에 대해 타페 총리 등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이는 정해진 비극으로 이어진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상상 속 사랑 이야기가 결합된 ‘황태자 루돌프’의 드라마는 강렬하다. 루돌프와 마리의 사랑 이야기와 비극은 보수주의적 정권의 시대착오적 압제 속에 국민이 신음하던 당시 시대적 현실과 동떨어져 진행되지 않고 긴밀하게 연결된다. 무기력한 황태자 루돌프가 시대의 모순과 직면하고, 연인이자 동지인 마리를 만나면서 행동하는 황태자로 변해가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덕분에 음악과 춤에 무게가 실린 여타 뮤지컬보다 좀 더 드라마의 질감이 살아있다. 역사 속 모순과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 등이 중첩되며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더 큰 울림을 만든다.

역사와 정치, 사랑 이야기가 버무려진 드라마와 달리 음악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에 걸맞은 로맨틱한 넘버가 많다. ‘지킬 앤드 하이드’를 통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자리매김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드라마틱하고 서정적인 선율이라는 그만의 장점은 ‘황태자 루돌프’에서도 여전하지만 ‘지킬 앤드 하이드’, ‘드라큘라’ 등 다른 작품에 비해 좀 더 로맨틱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재욱, 임태경, 최현주, 김보경 등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황태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향해 달려가는 두 남녀의 행보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내년 1월4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6만∼13만원. 1544-1555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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