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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주홍빛 가을 주렁주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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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3 17:51:09 수정 : 2014-12-30 15: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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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감마을로 떠나는 여행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풍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주홍빛 감이다. 탐스럽게 익어 주렁주렁 매달린 감은 절정을 맞은 가을의 넉넉함을 상징한다. 또 잎이 다 떨어진 가지에 빛이 바랜 채 한두 개 남은 감은 늦가을의 쓸쓸한 정서를 담고 있다.

청도는 국내 최대 감 생산지로, 가을이면 온통 주홍빛으로 물든다. 화양읍 송금리 고택위의 하늘이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과 어우러져 유난히 높고 파랗게 보인다.
경북 청도는 이즈음 주홍빛 세상이다. 청도 땅 어딜 가나 온통 감나무다. 산등성이나 도로변, 집집의 담장 위로 축축 늘어진 감나무 가지들이 모두 주먹만 한 감을 매달고 있다. 감나무를 심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가로수까지 감나무를 심으며 청도의 감 생산량은 매년 늘고 있다. 현재 전국 감 생산량의 20%를 넘는다.

청도 감은 반시(盤枾)라고 부르는데, 감의 납작한 모양이 쟁반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도 반시는 씨없는 감으로, 육질이 연하고 당도와 수분이 높아 홍시 중 최고로 꼽힌다. 460여년 전인 조선 명종 1년(1545년)에 이서면 신촌리 세월마을 출신인 박호 선생이 평해군수로 재임하다 귀향하며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감나무의 접지(接枝)를 무 속에 꽂아 와 청도 감나무에 접목하자 씨없는 감이 열렸다고 한다.

감와인을 보관하는 송금리의 와인터널.
청도 반시는 곶감이나 단감이 아닌 달착지근한 홍시로 먹는다. 씨가 없어 곶감을 만들면 모양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껍질을 깎은 감을 네 조각으로 쪼개 꼬들꼬들하게 말린 감말랭이가 특산품이다. 또 껍질을 깎아 반만 말린 반건시, 얼린 아이스홍시로도 만들어진다.

감나무 천지인 청도에 감마을이 아닌 곳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운치 있는 곳으로 꼽히는 게 화양읍 송금리다. 감와인 저장고인 와인터널로 유명해진 이곳은 와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 ‘떼루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와인터널은 원래 1904년 완공된 길이 1015m의 경부선 남성현 터널로, 1937년 아랫마을에 복선터널이 생기며 폐쇄됐다.

10여년 전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청도와인’이 청도반시를 이용해 세계 처음으로 감와인을 생산하며 이 터널을 와인창고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내부 온도가 사시사철 15도를 유지하는 터널은 천혜의 ‘와인셀러’다. 철길을 따라 와인터널 속으로 들어가면 와인저장고와 시음장과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만나게 된다.

청도읍에서 송금리를 지나 경북 경산으로 이어지는 25번 국도. 도로 양 옆에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도열해 있다. 지나가던 연인, 친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감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추억을 담은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 청도의 가을 하늘은 붉은 감과 어우러져 유달리 높고 푸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17일 시작된 올해 청도 반시 축제는 19일에 끝났지만, 아직도 나무에는 제법 많은 감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도 한동안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창천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삼족대
청도에는 운치 있는 고택과 정자도 적지 않은데, 매전면의 삼족대를 가장 먼저 꼽을 만하다. 조선 중기 문신인 삼족당 김대유가 세운 이 정자는 학일산 자락의 기슭에 서서 운문호에서 흘러내리는 동창천을 내려다보고 있다. 

소박하지만 고즈넉한 멋이 넘치는 선암서원.
소박하지만 그윽한 정취가 넘치는 삼족대 건너편 쪽 금천면 신지리 일대에는 고택이 즐비하다. 이 일대 고택 중에서도 선암서원은 빠뜨릴 수 없다. 동창천 물줄기가 굽이치는 선암에 자리한 이 서원은 동시대 유학자인 김대유와 소요당 박하담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고즈넉한 멋이 일품이다.

국내 최대규모인 청도 석빙고.
고려시대에 쌓은 청도읍성.
청도읍에 발길이 닿았다면 석빙고(보물 323호)와 청도읍성도 빼놓을 수 없겠다. 우리 땅에 남은 석빙고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것이 청도의 석빙고다. 조선 숙종 39년(1713년)에 화강암으로 지은 이 석빙고는 길이가 15m에 육박한다. 석빙고 아래 자리한 청도읍성은 일부분만 복원돼 있지만, 성벽 위에 오르면 청도읍 내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청도와 경주를 잇는 20번 국도를 타고 운문호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겠다. 1996년 운문댐이 완공되며 생겨난 운문호는 이즈음 새벽이면 자욱한 물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도=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54)=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여주갈림목에서 중부내륙고속도도로 갈아 탄다. 이어 신대구에서 부산 간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청도나들목으로 나오면 바로 읍내다. 금천면 신지리의 ‘선암서원’(4150-8445)에서 한옥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청도에서 가장 큰 숙박시설은 와인터널에서 멀지 않은 ‘용암온천호텔’(371-5500)이다. 용암온천은 지하 1008m에서 솟아오르는 게르마늄 유황천이다. 운문사 입구에 모텔과 펜션이 많은데, ‘후레쉬 모텔’(371-0700)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다. 청도에는 추어탕 집이 많은데, 청도역 주변에 ‘원조 청도추어탕’(371-5510) 등이 몰려 있다. ‘고디탕’으로 불리는 다슬기탕도 함께 내놓는다. ‘코보식당’(373-5588)은 돼지수육과 돼지국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청도 사람들은 동창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끓이는 민물매운탕도 즐겼는데, ‘원동매운탕’(372-3737)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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