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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람들, 노숙인] 종일 끼니·잠자리 걱정…거리 맴도는 밑바닥 행렬

입력 : 2014-10-22 19:16:03 수정 : 2014-10-22 22: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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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현장 밀착취재… 그들이 사는 법
“빨리 가야 돼. 늦으면 못 받아.”

노숙인들에게 배를 채우는 일은 늘 ‘경쟁’이다. 지난 13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역 앞에서 만난 노숙인 이승재(70·가명)씨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로 향했다. 식사 시간까지는 30분 정도 남았지만 줄은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매일 10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씨는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이씨는 다시 서울역 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한 종교단체가 간식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30분 전부터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이었다. 지난주에는 근처에서 컵라면을 받기 위해 싸움이 났다고 한다. 줄 선 이들은 “내일은 컵밥을 나눠준다”, “마지막 주 월요일 대학로에 가면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며 정보를 공유했다. 150개씩 준비한 주먹밥과 초코파이는 금세 동이 났고, 늦게 온 사람들은 입맛을 다시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21일 밤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지하에서 노숙인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밤이 깊어지자 모두 잘 곳을 찾아 떠났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길에서 자는 사람은 부쩍 줄었다. 이들 대부분이 찾는 곳은 서울역 지하와 연결된 한 대형 건물. 서울역에서 이 건물로 가는 100m 남짓한 지하통로에는 이미 100여명이 박스를 깔고 누워 있었다. 이곳은 다음날 오전 5시까지만 머물 수 있다. 시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바닥에서는 냉기가 올라왔지만 이씨는 “밖에 비하면 훨씬 낫다”며 웃었다. 이곳도 텃세가 존재해 다른 곳에서 온 ‘뜨내기’들은 쫓겨날 때가 많다.
다음날 새벽 노숙인들이 떠난 뒤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
최형창 기자
다음날 오전 5시30분쯤 다시 이곳에 들어서자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 잠을 자던 이들은 이미 떠난 뒤였지만 쓰레기가 나뒹굴고, 통로 한쪽에는 ‘일’을 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잠시 후 청소를 하기 위해 2명이 들어섰다. 한 청소노동자는 “보통 2시간 넘게 청소를 하는데, 대소변을 그냥 보는 사람이 많아 배수로가 막힐 정도”라며 “어제는 싸움이 났는지 바닥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두어 시간 뒤 그들의 흔적은 지워졌고 통로에는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노숙인들도 또다시 거리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있는 노숙인은 올해 1월 기준 4623명으로, 이 중 536명은 ‘거리 노숙인’이다. 시설에 있는 노숙인들도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많고,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서울에서만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매일 ‘먹을 것’과 ‘잘 곳’을 찾아 거리를 떠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유나·최형창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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