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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우는 방법?” “맞는 것을 즐겨야 한다.” 영화의 대사 한 토막이다. 싸움의 세계에선 명언이다. 상대의 주먹을 피해선 고수가 될 수 없다. 맞더라도 눈을 뜬 채 맞아야 반격의 순간도 노릴 수 있다. 고수가 되는 길은 주먹의 힘만으론 안 된다. 철학이 있어야 하고 머리도 필요하다. 치고받는 것만 잘해서는 골목대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치판이라고 다를까. 지난 보름을 복기해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6일 “개헌 논의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키면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개헌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경고성 가이드라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6일 중국에서 “개헌론의 봇물을 누가 막겠는가”라고 했다. 어찌 보면 도전이고 어찌 보면 반론의 의미가 있다. 김 대표는 다음 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귀국한 뒤 “실수였다. 대통령에게 불찰을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방심하지 않는다. 나흘 만인 21일 쐐기를 박았다. 고위 관계자는 “당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메시지는 하나다. “도전하지 말라!”

이명박정부 때도 충돌이 있었다. 2010년 2월, 취임 만 2년이 되는 무렵이었다. 세종시를 두고서였다. 이 대통령이 “강도가 왔는데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강도론을 들고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집 안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받았다. 이동관 홍보수석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박 의원”이라고 호칭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문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거 아니냐”고 되받았다.

2010년 판과 2014년 판은 다르다. 4년 전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키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고수의 면모를 내외에 과시하면서. 이번은 어떤가. 박 대통령은 여전히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내공의 깊이, 외공의 파괴력을 은근히 풍기면서. 김 대표는 박 전 대표와 차이가 난다. 스타일이 달라서인가. 김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에게 정치를 배웠다. YS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이 좌우명이었다. 김 대표 행보는 YS 스타일과도 거리가 있다. 박 대통령이 되레 YS에 더 가깝다. 충돌은 어디서도 일어나고 고수는 어디서나 빛난다. 특히 아무나 고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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