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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해외 스마트폰 반값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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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2 21:25:28 수정 : 2014-10-22 21: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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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외할머니 동네에 횟집이 하나 있다. 백발의 주인 할아버지가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으로 회를 떠 준다. 빠른 손놀림으로 접시에 회를 수북이 쌓아주고 2만∼3만원만 받는다.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들지만 가격은 몇 년째 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팔아서 뭐가 남느냐고 물으니 “우리 집 앞에서 잡아서 우리 집에서 파는 데 무슨 돈이 더 든다고 그러냐”며 웃는다. 그러나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도 회값은 확 뛴다. 생산지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가격이 오르게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비싼 가격을 잡겠다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되레 가격만 올려놨다. 업체들은 판매가 줄었다고 볼멘소리지만 자업자득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조병욱 사회부 기자
얼마 전 아내의 스마트폰이 고장나 시내 대리점을 여럿 돌아다녔다. 금융상품보다 복잡한 요금제와 할부제가 넘쳐났다. 최신 기종은 100만원에 육박했다. 조금 싸다 싶으면 나온 지 몇년 된 ‘떨이 제품’이었다. 그마저도 기기만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업자들은 “우리도 남는 게 없다”며 각종 부가서비스와 2∼3년 이용 계약을 강요했다.

혹시 스마트폰도 ‘직구’(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가 될까 싶어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이베이 등을 뒤졌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들도 국내가의 40∼70%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싸다고 성능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서울 종로의 한 대리점에서 100만원에 육박하던 제품은 최고가가 500∼600달러(약 53만∼63만원)였다. 관세를 더해도 여전히 쌌다.

아내가 평소 갖고 싶다던 캐나다 제품을 300달러(31만원)를 조금 웃도는 가격에 샀다. 일주일 만에 세관을 통과해 집에 도착했다. 사용 등록을 위해 KT 대리점에 들고 가니 직원은 “이 제품은 한국에서 못 쓴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혼자서도 충분히 등록할 수 있단다. 이전 스마트폰에서 유심칩을 빼 새 기기에 넣고 간단한 설정을 하니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했다. ‘노예계약’이나 강제 부가서비스도 없었다. 요금제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스마트폰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가 한국이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대기업이 두 곳이나 있는데도 말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내년부터 스마트폰이나 TV를 해외에서 구매 대행하는 경우에 대해 수천만원의 인증 비용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고객들이 비싼 가격을 못 이겨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인 ‘호갱님’이 유행어가 되는 나라에서 소비자들은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 애쓰지만 이번에도 정부에 뒤통수를 맞게 생겼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어라’는 말이 패러디 되고 있다. 정부에 정말 한마디 해주고 싶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라.”

조병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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