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북한, 억류 미국인 1명 깜짝 석방…속내는?

입력 : 2014-10-22 19:17:10 수정 : 2014-10-23 01:17: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조건없이 반년 만에 파울 풀어줘 “김정은, 오바마 요청 고려”
美선 환영… 특사는 안보내, 경색관계 돌파구 찾기 나선 듯
북한이 장기 억류해 온 미국인 3명 중에서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사진)을 6개월 만에 석방했다. 북·미 간 사전 조율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미국 특사파견 방식으로 풀어주던 사례와도 다르다. 북·미 관계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미 군용기가 22일 새벽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서 파울을 태운 뒤 곧바로 미국령 괌으로 이동했다. 순안공항에서는 꼬리 부분에 성조기가 선명한 채 착륙해 있는 청색과 흰색의 미 군용기가 평양주재 외신기자들에게 목격됐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군용기가 괌으로 출발한 직후 정례 브리핑을 통해 “파울이 풀려나 북한을 떠났으며 괌 미군 기지를 거쳐 오하이오주 고향의 가족을 향해 오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북한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국의 거듭된 요청을 고려해 미국인 범죄자 파울을 석방시키는 특별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파울의 석방 조건으로 풀려나는 즉시 그가 북한을 떠날 수 있게 운송 수단을 동원할 것을 요구했고, 미 국무부가 국방부에 수송기 제공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파울의 석방에도 북한에는 한국계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가 계속 억류돼 있다.

이번 북측 조치는 과거 특사 방문을 받고서야 억류 중인 미국 인사를 풀어줬다는 점에서 여러 궁금증을 낳고 있다. 1996년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2010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억류 미국인들이 풀려났다. 지난 2월에는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석방을 위해 방북하려다가 막판에 취소된 적 있다.

미국은 이번 석방 과정에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웨덴 정부의 노력이 컸다고만 소개했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석방이 최근 들어 대미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김정은 정권의 유화책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은 일본과 납북 일본인 피해자들 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에 나서는가 하면 남측에 권력서열 2, 3위의 고위급 인사들을 보내고 고위급 회담도 개최하기로 한 바 있다. 또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이달 초 북 외무상으로서는 15년 만에 처음 유엔 총회에 참석하고 전날에는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이례적으로 미 외교협의회(CFR)를 방문하는 등 북한의 대외활동도 활발해졌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수년째 악화할 대로 악화한 김정은 북한 정권이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에 있어 돌파구를 찾으려 한·미·일 공동전선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음달 4일 중간선거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맞는다는 점에서 대북정책 변화에 모멘텀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은 파울이 이미 형이 확정된 다른 억류 미국인들과는 상태가 다르고 혐의도 비교적 가볍다는 점에서 그를 우선 석방 대상으로 고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으로 미국의 양보를 지켜보며 다른 억류자 2명을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에 대해 그동안 주로 쓴 ‘노스 코리아’(North Korea) 대신 공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성의를 보였다.

김민서 기자,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