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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스무 살 한국 웹, 사이버 망명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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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2 21:24:20 수정 : 2014-10-22 21: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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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초월한 개인들의 네트워크
개방·공유는 인터넷 성장의 두 축
지난 17일 세종대에서 한국 웹 20주년 기념 콘퍼런스가 열렸다. 현재 웹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로 꼽히는 자바스크립트를 개발한 브렌던 아이크를 비롯해 웹의 탄생과 확산에 기여한 유명한 외국의 손님들이 방문했고, 20년 전 우리나라에 웹을 처음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이 함께한 뜻깊은 자리였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우리나라에 웹이 처음으로 공식 소개된 것은 1993년이었고, 1994년에는 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웹 활성화 방안을 자발적으로 연구했다. 당시 카이스트 대학원생이었던 최우형이 이메일로 정보를 주고받는 메일링 리스트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했고, 이 멤버들 중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용운 연구원을 편집인으로 22명의 참여자가 역할을 분담해 쓴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책이 바로 ‘가자, Web의 세계로!’ 이다.

이처럼 인터넷은 일반적인 다른 산업과는 달리 경제적 이윤, 도덕적인 당위, 법률의 제정 등을 통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네트워크의 힘으로 구성됐고 발전했다. 그러기에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은 기존의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주의 시각과는 매우 다르다.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구애를 받지 않는 글로벌 시민주의가 그 기저에 깔려 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자유로움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과 어떻게든 기존의 방식으로 이를 통제하고자 하는 빅브러더 사이의 긴장관계는 꾸준히 존재해 왔다.

암호화 기술의 등장은 사실 이런 자유를 추구하는 사상 및 해커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암호화를 통해 해커들이 자유를 확보하고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난다는 설정은 사이버펑크 공상과학(SF)소설의 단골 테마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정부 등에서 주도하는 중앙집중적인 권력과 이런 권력의 제어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율적 선택으로 네트워크에서의 자유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사람들의 충돌은 미국에서는 멀리는 1993년 국가안보국의 클리퍼 칩 도입이 무산된 사건부터 가깝게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의 사찰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한 기밀정보를 폭로하고 러시아로 망명한 사건 등 여러 사례가 있었다.

최근 이런 충돌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오해의 여지가 있든 없든 국가에서 국민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실제로 국민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그 대상이 되면서 뉴스의 중심이 됐다. 그 와중에 암호화와 보안성을 자랑한다는 텔레그램이라는 외국 서비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카카오톡의 보안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는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네트워크상에서의 자유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이 예민하게 반응한 결과다. 결국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개인들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은 개방과 공유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는데, 국가의 관여가 노골화되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2013년 11월, 영국의 ‘가디언’은 브라질, 독일, 인도 등이 독자 통신망 구축에 나서 인터넷이 지역 단위로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고, 중국정부는 인터넷 감시를 위해 수백만명의 인원을 동원해 인터넷을 검열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하거나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그 우려의 대상에 우리나라가 포함된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 물론 안보나 확실한 범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정당하게 집행되는 법을 바꾸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정당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국가가 국민을 감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제2, 제3의 사이버망명 사태는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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