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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연기돌, 침범인가 아니면 변화인가?

입력 : 2014-10-22 10:34:12 수정 : 2014-10-22 1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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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돌(연기자+아이돌)’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적이 있었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이들이 연기에 도전한다니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연기는 한 가지 캐릭터에만 자신을 동일시하는 게 아니다. 배우 능력에 따라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연기에는 오랜시간 감정을 녹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수련’과정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우후죽순’으로 연기돌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아이돌에서 시작해 가수로서 환희를 맛본 뒤, 연기영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너도나도 ‘연기돌’이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대중의 시선은 이내 조금씩 짜증으로 뒤섞이고 있다.

현재 지상파 3사 주말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MBC)’ ‘가족끼리 왜 이래(KBS 2TV)’ ‘모던 파머(SBS)’에는 모두 아이돌이 출연하고 있다. 이 외에 아이돌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있으며, 개봉을 앞둔 영화에도 아이돌의 출연이 대거 예정되어 있다.

대중이 연기돌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니다. 그중에는 정말로 애초 연기자로 데뷔했어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이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가수였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할 정도로 오히려 연기자로서 좋은 실력을 보여준 사람들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한때 음반을 내놓는 배우들의 행렬이 이어졌던 시절이 있었다. 작게는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의 O.S.T를 부르거나 크게는 ‘1집’ ‘2집’ 식의 정규앨범을 낸 사례도 있다. 다만, 음반을 냈던 배우들이 모두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배우로 출발해 가수로서 성공을 거둔 이는 흔치 않다.

몇 년 전 배우 이순재가 ‘연기돌’을 비판한 적이 있다. 당시 지상파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던 이순재는 “아이돌 연기자들은 기본기를 더욱 다져야 발전할 수 있다”며 “연기의 본질은 모든 학문과 마찬가지로 ‘기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기본’이란 연기에 정말로 없어서는 안 되는 ‘말하는 능력’이나 ‘정보분석 능력’ 등이다.

특히 이순재는 연기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연기를 하려는 게 돈을 버는 게 목적인지 아니면 예술을 하는 게 목적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만약 예술로 연기를 하는 것이라면 기본을 더 다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너무 연기자 쪽의 능력만 강조했다고 생각했는지 이순재는 기본을 가르치지 않는 현재 드라마제작시스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연기돌이 여기저기서 생기면서 네티즌들은 배우의 고유영역이 침범당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소위 ‘인기’를 등에 업은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하면서 본래 그 자리를 지키던 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한 때 연기자가 가수를 한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가수가 연기자를 하는 시대가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환경이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밥그릇’을 뺏긴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누가 와서 그걸 더 뺏어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진 않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언젠가는 연기자가 가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겠냐”고 덧붙여 어쩐지 모를 씁쓸함을 자아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세계닷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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