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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산도둑·복지도둑 잡을 ‘링컨법’ 서둘러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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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1 20:59:25 수정 : 2014-10-21 21: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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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파는 가격이 1만원 정도인 4기가바이트 USB를 95만원에 구입한 곳이 있다. 통영함 음파탐지기는 1970년대에 만들어진, 그것도 시중에서 2억원이면 살 수 있는데도 41억원을 주고 샀다. 우리 군이 그랬다. 이뿐 아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K-9 자주포의 부품 납품 과정에서도 군납비리가 드러났다. 공인시험 성적서를 조작해 제출했다고 한다. 군 핵심 전력에 위·변조된 짝퉁 부품이 두루 사용된 것이다. 군납업체와 군피아들이 그런 못된 짓을 저질렀다.

최첨단 무기가 걸핏하면 고장나는 것은 이런 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함정과 교전 때 해군 유도탄고속함은 포탄 장전장치 고장으로 사격을 중지해야 했다. 육군 차세대 주력전차인 K-2 전차는 국산파워팩 문제로 아직 전력화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군사장비의 부실은 이처럼 심각하다. 이래서야 전쟁이 벌어지면 어찌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는가. 군납 비리는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다. 물 샐 틈 없는 안보태세를 말하기 전에 만연한 군납비리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군납 비리의 온상은 방위사업청이다. 통영함 비리는 방사청과 방산업체의 유착고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관학교 선배인 예비역 대령이 음파탐지기의 로비를 총괄했다. 방사청에 근무한 후배 대령은 낡은 음파탐지기를 시가보다 20배나 비싼 가격에 도입하고 퇴직 두 달 뒤 그 업체에 취업했다. 전형적인 ‘검은 거래’다. 감사원이 방사청의 인적 구조를 민간인 주도로 바꾸도록 권고했지만 방사청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5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장에 예비역 중장 출신을 임명했다. 이 자리는 2005년 이후 민간 전문가가 줄곧 맡아왔다. 민간인으로 바꾼다고 검은 유착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투명한 군납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엿보기 힘들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링컨법’으로 일컬어지는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금지법’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국가재정을 축내면 정부가 부당이득의 5배까지 물리는 징벌 내용을 담은 안이다. 미국은 남북전쟁 때인 1863년 링컨법을 도입해 재정 도둑을 잡아들였다. 1980년대에는 망치 하나에 400달러나 하는 군납비리를 척결하는 데에도 큰 효과를 봤다.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재정 도둑은 방산업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100조원 시대를 맞은 복지예산을 두고 벌어지는 재정 도둑질은 방산비리 못지않다. 미국보다 더 가혹한 규정을 만들어서라도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는 자들은 패가망신의 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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