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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날 빠진 혁신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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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0 21:16:27 수정 : 2014-10-20 23: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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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혁신” 말로만 외치고 뜻 모으지 못하면
나라 경제 지킬 수 없다
사면이 초가(楚歌)다. 디플레 공포가 밀려드는 세계경제가 그렇다. 온 나라가 무너지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하지만 별반 소용이 없다.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물가는 떨어진다. 두려움이 엄습한다. 에볼라 공포 못지않다. 왜 두려워하는 건가. 밝은 내일로 가는 문이 닫히기 때문이다. 곤두박질하는 성장에 일자리는 사라지고 소득도, 세수도 줄어든다. 물가가 떨어지니 실질적인 부채 총량은 늘어난다. 많은 빚을 안고 있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 나라와 개인의 빚이 저절로 불어나니 재정위기 해결은커녕 제국은 파산 벼랑으로 내몰릴 수 있다. ‘D의 공포’에 맞서 싸우는 이유다.

쇠퇴를 막을 열쇠는 성장과 인플레일 수밖에 없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돈을 무지막지하게 풀고 있다. 이 싸움은 벌써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

강호원 논설실장
강 건너 불인가. 그럴 수 없다. 기축통화를 움직이는 세계경제 3대 세력이 몸부림을 치는 마당에 작은 반도의 나라 한국경제가 온전할 리 있겠는가. 초가는 더 드높다.

한심한 행적이 있었다. 지난 수년간의 경제정책이 그렇다. 세계가 ‘D와의 전쟁’에 나선 판에 줄곧 물가 억제에 매달렸다. 세계가 제로금리 전쟁에 나선 판에 금리를 낮추지 않았다. 세계가 돈을 푸는 판에 주저하기만 했다. 뒷북만 쳤다. 일본이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어서라도 풀겠다”는 아베노믹스를 전면화할 때 뭐라고 했던가.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김중수 한은총재 체제가 있었다. “신중했다”고 해야 하나.

원화 강세는 왜 이어지고, 기업들은 왜 아우성인가. ‘행동하지 않은’ 정부와 중앙은행 때문 아닌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원고와 엔저. 수출 날개는 꺾였다. 전기전자, 조선, 철강, 자동차. 어느 한 곳이라도 성한 곳이 있는가. 위기는 전방위적으로 밀려든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기업의 매출·수익 상태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한다. 그러니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할 텐가. 참 갑갑한 소리다. 가계부채 1000조원은 누가 떠안고 있는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다.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빚만 고스란히 안은 그들이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판에 무슨 돈을 쓰겠는가. 내수시장이 살아나겠는가. 이를 돌아보지 않고 봉창 두드리는 정책을 펴왔으니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겠는가.

‘초이노믹스’가 요란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이주열 한은총재가 주도하는 수정 경제노선이다. 별반 특별한 내용도 없다. 금리인하, 재정자금 풀기, 부동산시장 활성화…. 다른 나라 다 하는 정책이다. 뒤늦게 쫓아가기 시작했다.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응에 나서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많은 사람이 기대를 잔뜩 품는다.

성공할까. 알 수 없다. 성공 가능성은 있는가. 잿빛이다. 왜? 뜻을 모으지 못하니 그렇다.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데 정책의 추동력이 생기겠는가. 말만 요란하고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뜻은 왜 모이지 않는 걸까.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는 판국에 뜻을 모을 수 있겠는가. 국회는 정쟁을 일삼고, 사회적으로는 이념 잣대를 앞세운 갈등이 들끓기 때문인가.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박수를 받을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혁신”을 말하며 ‘김영란법 원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정부, “관피아 일소”를 외치며 정피아 낙하산을 방치하는 정부, “공공개혁”을 말하며 가계 호주머니를 터는 요금인상으로 공공기관의 적자와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말은 앞서고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언뜻거린다. 국민은 박수를 보낼까. 정책은 신뢰를 받을까. 정쟁과 이념 갈등은 그 틈을 비집고 일상화하고 있다. 될 일도 안 된다.

도덕으로 무장하지 않은 리더십이 힘을 발한 적은 없다. 나라 경제를 지키고자 한다면 ‘날 빠진 혁신의 칼’을 다시 갈아야 하지 않겠는가.

강호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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