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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불란한 군무와 하모니, 가을밤에 만난 ‘봄의 향연’

입력 : 2014-10-20 20:22:44 수정 : 2014-10-20 23: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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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봄의 제전’ 리뷰 무용수들이 여름 내 흘렸을 땀이 고스란히 전해진 무대였다. 단원 개개인의 고른 기량이 돋보였다. 국립발레단이 지난 16∼19일 올린 모던발레 ‘교향곡 7번’ ‘봄의 제전’은 호흡과 리듬이 흐트러지면 매력이 반감될 작품이었다. ‘교향곡 7번’은 무용수 하나하나가 오케스트라의 악기가 돼 훌륭한 하모니를 이뤘다. ‘봄의 제전’은 일사불란한 군무 속에 만개한 봄의 기운이 대기를 뒤덮었다.

글렌 테틀리가 1974년 안무한 ‘봄의 제전’은 봄을 맞은 경이보다 묵직하게 고동치는 대지의 심장 박동을 느끼게 했다. 보통 ‘봄의 제전’에서는 원시 부족이 여성 무용수를 처녀 제물로 선택해 살해한다. 이 대목은 여성에 대한 성폭행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립발레단 ‘봄의 제전’에서는 원시 부족사회의 가부장적 폭력성이나 희생당하는 가련한 여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립발레단 ‘봄의 제전’.
제물은 여성이 아닌 단단한 근육으로 무장한 남성이 맡았다. 작품 초반은 선굵은 남성 군무가 길게 이어졌다. 육중한 대지가 몸을 뒤척이며 깊숙한 데서 끌어올린 두꺼운 숨을 내쉬는 듯했다. 무거운 에너지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근육과 땀이 만들어내는 원시의 봄이었다.

여성 무용수들은 무자비하고 의연했다. 여성 주역 무용수는 무표정한 몸짓으로 생명의 바다를 관능적으로 유영했다. 자연이 그러하듯 남성 제물을 희생하는 데 선악의 판단이나 의도는 없었다. 몸 선을 드러낸 베이지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은 영원한 생명의 순환을 기원하는 제의를 통해 원시 지구의 에너지를 쏟아냈다.

베토벤 곡을 바탕으로 우베 숄츠가 안무한 ‘교향곡 7번’은 눈으로 보는 교향악이었다. 수많은 동작들이 빈틈 없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작품이었다. 교향악 연주가 그렇듯이 악기가 조금만 어긋나도 하모니가 붕괴될 위험을 안고 있었다. 무용수들은 조화와 질서 속에 펼쳐진 베토벤 교향곡의 선율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뭉쳤다 흩어지고 대화하는 선율들이 무용수들의 몸짓을 타고 흘러나왔다. 빠른 전개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군무가 인상 깊었다. 다만 4악장 내내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다보니 후반부에는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줬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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