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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도오악자 시오사(道吾惡者 是吾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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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0 21:12:03 수정 : 2014-10-20 23: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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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阿附)’는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아양 떠는 것을 뜻한다. 지도자가 아부하는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치우침이 주는 폐해를 구성원들이 고스란히 입게 돼 조직 쇠퇴로 이어진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그래서 ‘명심보감’은 “내가 잘하고 착한 것만 말하는 사람은 나의 적이요, 나의 허물과 잘못을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道吾善者 是吾賊 道吾惡者 是吾師)”고 가르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지나치게 나를 치켜세우면 그것은 내 자신을 잘못되게 하는 ‘독약’이니 이를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절대다수 최고지도자들은 귀에 거슬리는 얘기보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직언(直言)하는 이가 소금 역할을 함으로써 조직의 퇴보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직언은 ‘양날의 칼’로도 묘사된다. 불가에서는 직언을 조주선사의 말을 빌려 ‘끽철추(喫鐵鎚)’로 표현하기도 한다. 의미는 두 가지다.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에는 한 스님이 와서 “직언(直言)이 무엇이냐”고 묻자 조주선사가 “끽철봉(喫鐵棒)”이라고 일러 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조주록(趙州錄)’에는 한 스님이 와서 “직언이 무엇이냐”고 묻자 “쇠방망이나 맞아라”라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

두 경전의 내용은 비슷한 듯하나,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고존숙어록’은 “바른말은 (듣는 이에게) 쇠방망이를 맞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조주록’은 “바른말을 한 이는 쇠방망이나 맞게 된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한자가 표의문자여서 생겨나는 해석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유야 어쨌든 직언은 상대를 살리기도 하지만 말하는 이가 다칠 수 있는 복합적 의미가 있다. 이 점은 분명히 가슴에 담아두자. “지도자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만큼 직언할 용기가 없으면 참모자리에 있어선 안 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道吾惡者 是吾師 : ‘나의 허물을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라는 뜻.

道 말할 도, 吾 나 오, 惡 악할 악, 者 놈 자, 是 이 시, 師 스승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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