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만고광명 청산유수” 숭산의 가르침 세계서 계승

입력 : 2014-10-14 20:32:43 수정 : 2014-10-14 20:32: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해외 포교 개척자 숭산스님 열반 10주기 한국불교 최고의 해외포교사 숭산 스님(1927∼2004) 열반 10주기를 맞아 그의 치열한 삶과 행적, 그가 길러낸 푸른 눈의 제자들의 활동상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숭산 스님이 창설한 세계일화대회가 그 10회째 행사를 한국에서 치르게 돼 의미도 남다르다. 

숭산 스님(뒷줄 가운데)이 1980년대 폴란드 바르샤바 선원에서 제자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 선(禪)의 서구화 개척자

숭산 스님은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불교학자들 사이에서 세계 4대 생불(生佛)로 통할 정도다. 40여년간 세계 32개국에 120여개의 한국사찰 홍법원을 개설해 한국불교를 알렸다. 제자들만 해도 5만여명에 이른다. 베스트셀러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널리 알려진 현각 스님을 통해 그의 존재가 국내에 처음 알려질 정도로 숭산 스님은 해외에서 이름을 떨쳤다.

평남 순천 출신으로 동국대 재학 중 불교 조계종 마곡사로 출가해 붓다의 제자가 된 그는 종단 요직에 있을 때 불교계 최초로 군승(軍僧)제도와 승려대학교육을 시행하는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는 그의 저서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서 “(숭산 스님의) 명성은 뉴잉글랜드 지역, 특히 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권 내에서는 좀 시끌시끌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그(숭산 스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동안 나의 식(識)의 작용 속에서 집적해 왔던 객기(客氣)가 얼마나 무상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그의 얼굴을 직감하는 순간, 그가 해탈인이었음을 직감했다”고 술회했다.

숭산 스님이 2000년 충남 계룡시 계룡산에 세운 국제선원 무상사는 전 세계 선수행자들을 위한 안거 장소이자 보금자리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1987년 모든 나라와 문화, 전통을 뛰어넘어 다함께 평화와 조화로운 삶을 이룰 수 있도록 ‘세계일화대회’를 창설했으며, 이후 3년마다 한 번씩 각 나라를 돌며 개최해 오고 있다. 그가 외국인 제자들을 감동시킨 것은 유창한 영어가 아니었다. 실천과 자비심이 겸비된 간단 명료한 어휘였다. 숭산 스님은 글 대신 말로 임종게(臨終偈)를 남겼다. “우리 모두 모르는 곳에서 왔다가 모르는 곳으로 간다. 오직 모를 뿐이다” “걱정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만고광명이요, 청산유수니라”라는 임종게는 평소 자애롭던 스님의 얼굴처럼 여유롭다. 

대봉 스님·대광 스님
#해외포교 앞장선 푸른 눈의 제자들


숭산 스님의 많은 외국인 제자들은 스승의 뒤를 이어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제자들 가운데 맏형 격으로 계룡산 무상사 주지 겸 조실 대봉 스님(64)이 있다. 숭산 스님의 유일한 전법(傳法) 제자다. 미국 코네티컷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1977년 예일대 근처 뉴헤이븐 선원에서 숭산 스님의 법문에 감명받아 불교에 귀의했다. 1984년 숭산 선사를 은사로 조계종 승적을 취득했으며, 이후 서울 화계사에서 수행 정진했다.

대광 스님은 1979년 교수로 재직하던 중 숭산 스님과 인연을 맺고 출가했다. 1984년 비구계를 받은 이후 프랑스와 미국에서 선원장으로 활동했다. 대진 스님은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 대학 화학과를 나와 숭산 스님의 제자가 됐으며, 현재는 무상사 회주로 있다. 무량 스님은 예일대 지질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에 한국식 사찰 태고사를 지어 화제를 모았다. 현각 스님은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하던 1989년 세계적인 불교학자 마사토시 나카토미 교수의 당부에 따라 숭산 스님의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아 숭산 스님의 제자가 됐다. 이 밖에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세르비아, 폴란드 등 많은 나라에서 외국인 제자들이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다.

#제10회 세계일화대회 무엇을 담았나

세계일화대회는 세계 도처에 있는 불자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는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등 세계 16개국에서 200여명의 제자들과 일반 신도 등 500명가량이 참가한다. 본 대회는 18∼19일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진행되며, ‘참선수행과 직업’ ‘젊은층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주제로 회의가 열린다. 대회 기간에 숭산스님 회고 사진전과 한국전통사찰 전시회가 열린다. 20일 오전10시에는 계룡산 무상사에서 ‘숭산행원대선사 10주기 추모다례’가 거행된다. 대봉 스님은 세계일화대회와 관련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참선수행이 어떻게 일상생활과 연관되고, 실제로 적용되는지를 자각시키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