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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에볼라 바이러스 7개월째 통제 불능…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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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12 20:24:21 수정 : 2014-10-12 23: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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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열악한 의료환경·국제사회 방심이 재앙 키웠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지인 서아프리카 외부에서도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텍사스보건장로병원의 여성 간호사 한 명이 에볼라 예비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미국 내 첫 에볼라 확진 환자로서 격리치료를 받다가 8일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을 돌보는 일을 했다. 만약 확진 판정이 나온다면 라이베리아에서 감염된 던컨과 달리 미국 내에서 에볼라에 전염된 첫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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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환자는 미국뿐 아니라 스페인,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속출하고 있다. 사망자는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4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가나에서 처음 확인된 지 7개월째에 들어섰지만 에볼라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왜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직도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과거 에볼라 대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초기 대응 부실과 국제사회의 지원 지연, 서아프리카 현지의 사회·문화·역사적 배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최악의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빈국에 드리운 에볼라 ‘저주’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뒤 아프리카에서 여러 차례 에볼라 감염 사태가 있었다. 오래 지속하지 않았고, 사망자도 431명이 최고치였다. 올해 초 가나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과거처럼 국제 의료계는 “쉽게 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현지의 열악한 의료환경 탓이 크다. 3국 모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오랜 내전으로 의료체계도 모두 파괴됐다. CNN에 따르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의 지난해 보건 분야 정부 지출은 각각 국민 1인당 7달러(약 7500원), 18달러(약 1만9000원), 13달러(약 1만4000원)에 불과했다.

에볼라 환자를 격리 치료할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의료진도 거의 없다.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라이베리아 1명, 시에라리온 2명, 기니 10명이다. 보호복과 장갑 등 기본 장비도, 에볼라 환자를 다뤄본 경험도 없는 의료진은 속수무책이었다.

주민들은 정부와 해외 의료진을 믿지 못하고 환자를 숨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무엇보다 국민 상당수가 에볼라를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전에 시달린 이들 나라에서 죽음, 폭력, 의심, 가난은 일상이다. 현지인들은 에볼라도 이런 고통에 그저 하나가 더 더해진 것뿐으로 여기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국제사회 늑장·부실 대응

에볼라 사태가 악화한 데 대해 미 시사주간지 네이션은 “서아프리카가 에볼라 확산의 시작이었다면, 국제사회의 무대책이 이 상황을 더 증폭시켰다”고 비난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 국한된 일로만 치부하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에볼라가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위험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지 않도록 발생 초기 서아프리카 3국을 적극 지원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에 대처하기 위해 감염병학자 등 연구인력을 주로 지원했다. 정작 현장에서 필요한 의료진과 장비 제공은 미흡했다. WHO의 ‘질병 발생 및 위기 대응’ 관련 올해 예산이 전년보다 51%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각국도 미적거리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라이베리아에서 미국인 켄트 브래틀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야 각국이 공공보건 전문가와 장비, 대응에 필요한 자금 등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꼬집었다.

사태가 더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최근 각국은 군을 파병해 의료진 보호 및 치료시설 설치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서방의 구멍 뚫린 방역망도 에볼라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인 던컨과 스페인 간호사 테레사 로메로의 사례에서 보면 ‘선진적’이라고 자신하던 이들 국가 의료계의 대응은 안이하기만 했다. 던컨은 처음 병원 방문 당시 39.4도의 고열이었음에도 귀가 조치됐다. 로메로는 몸에 이상증세를 느끼고 세 번이나 병원을 찾은 뒤에야 격리됐다.

◆에볼라 확산 차단 방안은

에볼라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기세를 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 BBC방송은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현지에 격리치료센터를 확대하고, 고립된 이들 국가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 정부와 서방 의료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에볼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말리, 기니비사우, 코트디부아르 등 다른 서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전문가를 파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BBC는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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