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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등장 씁쓸한 퇴진' 막 내린 '박영선'호

입력 : 2014-10-02 19:17:10 수정 : 2014-10-03 00: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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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사퇴 안팎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재임 5개월 마무리는 2일 사퇴의 변을 담은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메일로 갈음됐다. 사퇴문은 짧지만 강렬했다.

박 원내대표는 “협상을 일단락하며 그간 드리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사퇴문에는 세월호법 협상 시 당내 사퇴 압박, 당의 고질적 문제점 등 박 원내대표가 겪은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만류를 뿌리치고 ‘박영선스럽게’ 물러나면서 당에 쓴소리를 한 것은 또 다른 잡음을 불렀다.

◆예정된 사퇴…예견된 고난


그는 ‘박영선 원내대표 거취 관련 입장’이란 제목의 이메일 서한에서 “세월호 비극의 한복판인 지난 5월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그는 7·30 재보선 참패 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퇴진으로 8월4일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추대됐을 때 “다들 독배를 마시라고 하니 마시고 죽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탈당 발언 파동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을 그만둔 뒤 당무 복귀 시점에서부터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복귀 시 이미 소속 의원 전수조사에서 ‘세월호법 협상 후 결과와 상관없이 사퇴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그는 3차 협상을 재개하며 사퇴문을 갖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를 만류하는 주장이 나왔으나 측근을 중심으로 “사퇴 후 숨고르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안산에서 유가족과 면담한 뒤 상경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또 밤늦게까지 측근들에게 전화를 걸어 결심을 알리고 자정을 넘겨서까지 사퇴문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초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 성사 등 정치력을 보였지만, 세월호법 협상 등에서 ‘독단적 리더십’과 지지기반 부족 등 한계도 드러냈다. 당분간 ‘암중모색’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비어 있는 박영선 자리 2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맨 오른쪽)의 주재로 열린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사퇴 의사를 밝힌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자리가 비어 있다.
남제현 기자
◆새정치연합에 남긴 숙제


박 원내대표는 사퇴문에서 당보다 계파의 이익을 우선하는 뿌리 깊은 당내 문제점을 질타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고 비유했다. 세월호 1차 협상 직후부터 사퇴를 압박했던 당내 세력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우리당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며 고질적인 ‘지도부 흔들기’와 ‘계파정치’를 맹공했다. 앞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 철회 후엔 탈당 의사를 내비치며 “당이 이렇게 폐쇄적일 줄 몰랐다”고 개탄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가 질타한 계파 수장은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세균 비대위원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은 많은 경우를 봤다”며 “지난해 국정원 개혁법 역시 우리가 개혁특위위원장까지 맡았지만 결국 법 한 줄도 고치지 못했다”는 사퇴문 내용 때문이다. 당시 국회 특위위원장은 정 비대위원이다. 특위 야당 간사였던 문병호 의원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국정원 개혁특위는 활동 기간 동안 7개 법률안을 개정해 현재 시행 중에 있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법 협상과 국회운영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며 박 원내대표의 사퇴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제가 마음이 아프다”며 “새로운 분이 오셔서 파악하고 손발을 맞추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걱정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무성 대표도 “아프다”고 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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