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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와대 ××× 비서관입니다.”

입력 : 2014-10-02 19:33:35 수정 : 2014-10-03 00: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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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입니다” 청탁전화에 대기업 깜빡
50대, 비서관 사칭 KT로 전화…황창규 회장 찾아가 취업청탁
같은 수법으로 대우건설 근무도
“안녕하세요,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입니다.”

국내 최대 통신사 KT의 황창규 회장은 지난 8월 중순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사람의 민원 전화를 받았다. ‘지인을 보낼 테니 해결해 달라’는 취지였다. 황 회장은 다음 날 방문한 조모(52)씨를 면담했다. 조씨는 신학대 출신으로 모 대학 겸임교수라는 자기 소개서를 꺼내놓았다. 조씨는 “10여 년 전부터 VIP(대통령 지칭)를 모셨고 현재도 한 달에 한두 번 면담하고 직언한다. 지금도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으로 갈 수 있다”며 한껏 허세를 부리더니 KT에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회사 인사 담당자에게 취업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조씨의 KT 취업은 그러나 결국 무산됐다. KT가 청와대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것.

청와대 신고로 경찰이 수사한 결과 이 모든 과정은 조씨 혼자 벌인 사기극이었다. 황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인물은 청와대 인사가 아니라 조씨였다. 대학교수 이력과 학력도 거짓이었다. 조씨는 청와대 비서관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유사한 번호를 개통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조씨는 황 회장에게 접근하기 1년 전 똑같은 수법으로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을 속인 사실도 밝혀졌다. 대우건설은 조씨의 사기행각에 속아 ‘청와대 비서관 추천을 받을 정도면 상당한 경력과 능력을 가졌다’고 믿고 그를 부장급 정직원으로 1년간 고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다른 범죄를 저질러 집행유예기간 중이었던 조씨는 정상적인 방법으론 취업이 힘들다고 판단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조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한편 KT 관계자는 “회사는 인사담당자에게 지시해 (조씨의) 취업절차를 진행한 바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했다. 회사 측은 “황 회장은 조씨를 수상히 여겨 비서실을 통해 신분을 확인한 뒤 청와대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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