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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 시위대 "렁 장관 퇴진"…中 대화 전면거부 '강경'

입력 : 2014-10-02 19:19:15 수정 : 2014-10-03 0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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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 확산 “우리 시위가 언제 끝날지 기약은 없습니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 퇴진이 일차 목표입니다.”

홍콩 중심가 점거 시위 닷새째인 2일에도 시민과 학생들의 ‘우산혁명’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과 시민들은 지하철 애드미럴티(金鐘)역 인근의 홍콩 정부 청사로 향하면서 연신 “렁춘잉 퇴진”을 외쳤다. 홍콩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HKFS) 소속 학생 등 시위대는 렁 장관이 이날까지 사임하지 않으면 3일부터 주요 정부건물을 점거하겠다고 선언한 기세를 몰아 총력전에 들어선 듯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10만여명에 달하며 지난달 29일 이후 4일 연속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홍콩 당국은 정부청사 주변으로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 학생들의 청사 접근을 제지했다. 오후 들어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 등 시위 진압용 장비를 옮기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렁 장관은 시위대의 사퇴 마감시간을 30분 앞둔 이날 오후 11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개혁 논의는 홍콩기본법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정부청사를 공격할 경우 발생할 결과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화를 제안했다. 렁 장관은 “행정장관 선출방식에 대한 요구를 담은 HKFS의 편지를 전달받았다.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캐리 람 정무사장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빨리 학생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시위대에 “최대한 빨리 평화롭게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경찰도 “시위대가 청사를 점거하거나 포위하면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렁 장관에 쏟아지는 홍콩 시민의 분노는 지하철 센트럴(中環)-애드미럴티-완차이(灣仔)역으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광고게시판에는 렁 장관을 흡혈귀로 묘사한 흉측한 그림이 나붙었다. 또 ‘렁춘잉 물러나라, 우리는 진정한 보통선거를 갈망한다’라고 적힌 중국어 글귀에는 ‘렁(梁)’ 자가 짐승 이리를 뜻한 ‘랑(狼)’으로 표기되기도 했다. 특히 쓰레기 재활용 분리 수거를 활용한 학생들의 렁 장관 비판은 통렬함으로 다가왔다. 시위대는 재생 가능한 쓰레기와 재생 회수 불가한 쓰레기를 구분하면서 ‘회수 불가, 이미 689’라고 적었다. 689는 간접선거로 진행된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1200명의 선거위원 중 렁 장관에게 지지표를 던진 선거위원 수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일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렁 장관의 퇴진을 요구한 데 대해 “중앙정부는 렁 장관을 충분히 신뢰하며 그의 업무 역시 매우 만족스럽게 여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며칠간 홍콩의 일부 사람들이 ‘센트럴 점령’ 불법시위를 주도하며 홍콩의 법치 전통에 엄중한 충격을 주고 홍콩의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고 비난했다. 이는 시위대가 렁 장관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주요 정부건물을 점거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중앙정부 당국자와의 대화를 요구한 것을 전면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중 성향인 천줘얼 중국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 회장도 1일 중국 언론에 “이번 시위는 ‘색깔혁명’(정권 교체 혁명)으로 도를 넘어선 위법행위”라면서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 대만, 필리핀 등 전세계 60여개 도시에서 홍콩 시민의 반중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는 1일(현지시간) 밤 홍콩에서 온 유학생과 현지인 등 약 350명이 홍콩 시위의 상징이 된 우산을 들고 ‘홍콩,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보스턴 등 미국 40개 도시에서 홍콩 연대 행사가 조직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영국 런던 중국대사관 앞과 대만 타이베이시 중정기념당 앞 자유광장에도 각각 3000여명이 운집해 홍콩 민주화를 지지했다.

홍콩=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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