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이언스리뷰] 바다의 불청객 적조

관련이슈 사이언스 리뷰

입력 : 2014-10-02 20:48:57 수정 : 2014-10-02 20:48: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해양생태계 교란 심각한 피해 초래
적조 인위적 요인 단계적 제거 필요
올 늦여름 우리나라 남해안과 동해 연안은 적조로 홍역을 앓았다. 지난 8월19일 통영·남해군 해역을 시작으로 9월3일 완도·고흥군 해역, 9월10∼11일 기장·영덕군 해역에 적조경보가 내려졌으며, 9월12일에는 삼척시 부근에 적조주의보가 내려졌다.

정경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해양학
적조는 바다의 플랑크톤 개체수가 급증해 바닷물 색깔이 변하고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이 발생하면서 다른 생물과 인간에게까지도 악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적조는 전 세계 연안에서 150종 이상의 생물종에 의해 발생하며 현재는 물론 과거로부터 존재해 왔고, 성서·삼국사기·조선왕조실록 등에도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초부터 적조 발생이 빈번해졌으며, 가장 큰 피해를 준 적조는 1995년 남해와 동해안에서 발생해 수백억원의 피해를 줬다.

적조원인생물은 엽록소가 있어 광합성을 하는 식물플랑크톤이 대부분으로, 와편모조류나 규조류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단세포 생물인 식물플랑크톤은 먹이가 많아지는 부영양화 상태가 되고 햇빛의 증가와 더불어 수온이 알맞은 조건이 되면 세포분열을 통해 짧은 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1970년대 후반까지도 우리나라에 발생한 적조는 대부분 규조류에 의한 것이었으나 1970년 말부터 유독성 와편모조류로 바뀌었으며, 이에 속하는 코클로디늄이 어패류 폐사의 피해를 주는 유독성 적조원인생물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영양화는 강우로 육상에서 질소나 인 등의 영양염류가 바다로 다량 유입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한 생활하수, 축산오수, 공업폐수와 양식생물 배설물 등이 영양염류의 주공급원이다.

현재 코클로디늄이 양식장에 유입되기 2주 전에 적조 발생을 예보하는 시스템 구축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부영양화 발생 초기에는 무독성 적조원인생물인 규조류가 번성하나 코클로디늄이 먹이 경쟁자가 없는 바깥 바다에서 번성해 연안으로 옮겨오면서 유독성 적조가 발생하게 된다는 의미 있는 성과가 보고됐다. 적조 발생 환경인자로 적조 발생 2개월 전의 코클로디늄 존재 유무, 코클로디늄의 최대 성장 조건, 경쟁우위 조건의 형성 여부, 태풍 영향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표층수온이 섭씨 22도 이상에 일주일 이상 맑은 날씨 유지, 수온약층 깊이 15∼30에 일주일 30㎜ 이하의 강수량 등을 코클로디늄이 최대로 성장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도출된 환경인자를 예측모델에 적절히 접목하고 종합적인 감시를 한다면 적조 발생 예보의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엄격한 의미의 적조 예보는 발생 시기와 위치뿐 아니라 시간에 따라 어느 강도로 어떻게 공간적으로 퍼져나가고 언제 소멸될 것인가 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아직 불확실하고 미확인된 부분이 많다. 강수와 이에 수반돼 일어나는 육상으로부터의 영양염류 공급, 적조 발생과 이동에 영향을 주는 바람과 파랑, 그리고 적조 발달과 직결되는 광양 등에 대한 2주 예측의 정확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양자강수의 남해 유입이나 해저에 축적된 영양염류의 재부유도 가능한 공급 경로이나 이의 기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황토 살포의 누적 효과와 적조원인생물의 생활사 등에 대해서도 아직 충분한 정보가 없는 실정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적조 예측 정확도를 확보하는 문제는 인내심을 갖고 풀어나가야 할 도전적인 과제이다.

그러면 적조 피해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까. 불행히도 적조는 인위적 요인과 자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근본적인 해결은 가능하지 않다. 적조 예보 외에 다양한 후속 대응책을 마련한다 할지라도 제한적인 적조 피해 저감만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기후변화로 10년, 20년 이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적조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단계적으로 적조 발생의 인위적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경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해양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