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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아트서커스 ‘카발리아’ 내한공연
말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동물이다. 육중한 등 근육은 윤기 흐르는 털을 따라 매력적인 굴곡을 만든다. 든든한 몸통과 달리 다리는 늘씬하다. 곧게 뻗은 네 다리가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듯 날렵하다. 풍성한 갈기와 꼬리털은 화룡점정. 미인의 삼단 같은 머릿결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말을 보노라면 속까지 시원하다. 이런 말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 한국을 찾는다. 2003년 시작해 세계 52개 도시에서 64회 월드투어를 가진 아트 서커스 ‘카발리아’(사진)가 11월5일부터 12월28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한국 공연에 앞서 최근 싱가포르에서 먼저 만나본 ‘카발리아’는 오락과 예술, 감탄과 감상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공연은 말과 곡예를 결합한 형태다. 말과 함께 벌이는 묘기와 전통적 서커스를 섞음으로써, 말만으로는 허전하거나 서커스만으로는 평범할 수 있는 위험을 상쇄했다. 넓은 무대 뒤에는 최첨단 프로젝터를 20대나 사용한 60m 너비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스크린에 상영되는 아름다운 배경과 적절한 음악 사용은 ‘카발리아’의 예술성을 돋보이게 했다. 배경 영상은 사막에서 초원으로, 고대 로마 유적지에서 우주 공간으로 쉴 새 없이 바뀌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카발리아’에는 훈련된 말 50마리와 기수·곡예사 33명이 등장한다. 기수들이 질주하는 말과 한 몸이 된 듯 곡예를 벌이며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할 때 가장 많은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 말이 빠르게 달리는 동안 이들은 말 등에 한 발만 얹거나, 물구나무를 서고 심지어 공중돌기까지 했다. 쇼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자세는 자유자재로 변형돼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두 마리 말에 한 발씩 얹고서 달리는 장면도 눈을 사로잡았다. 말들이 나란히 달리지 않으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시도다.

곡예사들은 공중돌기, 탑 쌓기, 공중곡예 등 아찔한 묘기를 선보였다. 무대를 횡단하는 연속 덤블링은 영원히 원 운동을 계속할 듯 탄력적이고 날렵했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유쾌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지 보여줬다. 외줄에 매달려 까마득한 공중으로 솟구치는 공중곡예는 아름다우면서 시원했다.

마지막은 신비롭게 마무리된다. 무대에 물이 차올라 호수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배경 영상에서는 산이 솟고 눈이 쌓이고 여명이 밝아오면서 꽃들이 피어난다. 마치 말이 영험한 동물처럼 광막한 시간 속을 달리는 효과를 연출해낸다. 요정 같은 외모의 기수들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처럼 백마를 타고 등장해 신비감을 더한다.

다만, 말이 재롱을 부리거나 사람 지시에 따라 일제히 동작을 취하는 재주 등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말과 친숙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말의 묘기가 돌고래나 애완동물의 애교처럼 와닿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공연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 공연에서는 말과 인간의 교감·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들은 음악과 순서를 외우고 관객의 박수를 즐길 정도로 공연에 익숙해져 있다. ‘카발리아’ 제작진은 그만큼 말 관리에 정성을 쏟는다. 기수인 로라 보브리(28)는 “출연진들은 말과 유대관계가 굉장히 깊다”며 “말을 아기처럼 다루며 얘기하고 안아주고 시간을 보내면서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말들은 평균 7, 8살 때, 이르면 5살 때에도 영입된다. 말이 무대에 서기까지 보통 5개월이 걸린다. 청중의 박수나 조명을 좋아하면 2개월, 그렇지 않으면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후 짧으면 5, 6년, 길면 10년까지 일한 뒤 은퇴한다. 그동안 기수들은 한 마리와 4, 5년 동안 친구처럼 깊은 관계를 쌓는다. 말들의 수명은 대략 35살쯤이다.

‘카발리아’는 ‘태양의 서커스’ 공동설립자 중 한 명인 노르망 라투렐이 연출했다. 국내 공연에서는 ‘카발리아’를 위해 잠실 종합운동장 안에 10층 빌딩 높이에 무대 너비 50m, 관객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천막을 제작한다. 마굿간, 연습실 등도 천막 안에 함께 들어서니 천막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5만∼25만원. 1588-5212

싱가포르=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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