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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犬팔자 上팔자

입력 : 2014-10-02 15:31:13 수정 : 2014-10-02 15: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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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달 28일 한 백화점 10층에 자리한 하늘공원에는 견공(犬公) 60여마리로 가득 찼다. 한 애완동물 전문점이 진행한 고객 초청 행사에 각양각색의 견공들이 주인과 함께 쇼핑 나들이에 나섰기 때문. 그동안 애완동물은 쇼핑하는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백화점 입장이 금지됐지만 이날만큼은 당당하게 주인공 대접을 받았다. 이 업체의 이날 하루 매출은 3000만원으로 애초 목표한 2500만원 보다 500만원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2. 14살 혼합견, 9살 시츄, 8살 마르티스 등 유기견 세 마리를 키우는 A씨. 평소 강아지 식비와 미용 등에 한 달 평균 70만원 정도 썼지만 요즘 들어 적지 않은 나이 탓에 하나 둘 아프기 시작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시츄의 경우 A씨가 데려다 키우기 전부터 앓던 고혈압과 녹내장 때문에 수술비로 수백만원을 지출했다. 그는 "강아지도 사람처럼 생로병사 하는 만큼 적당한 보험 상품이 있다면 가입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규모도 커지고 산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은 불황에도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3년 기준 시장 규모는 1조1400억원으로,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1조8100억원, 2020년께에는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구구조의 고령화, 1∼2인 가구의 증가, 애완동물을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 등으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한 탓이 크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추산한 자료를 보면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각각 16.0%, 3.4%로, 조류와 파충류 등 다른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구까지 더하면 2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 1000만명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애완동물에 지출하는 비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가구당 연간 애완동물 물품 및 서비스 지출액은 6156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 이후 급증해 2010년 3만3972원, 2012년 4만4664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애완동물 시장이 급팽창하자 유통과 식품 등 관련 업계가 앞다퉈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2004년부터 애완동물 특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점에는 애완동물의 진료·미용·분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물병원 쿨 펫' ▲잠실점에는 애완동물 용품과 영양제 등을 판매하는 '우프 바이 베럴즈' ▲건대스타시티점과 분당점에는 녹용 등 프리미엄 애완동물 식품과 장난감을 취급하는 '해피브런치' 등이 입점해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12년 명품관 웨스트에 '펫숍 부티크'를 열고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애완견을 맡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이후 사료와 옷 등을 판매하기 시작해 매년 15% 가까운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도 잇달아 애완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마트는 2012년 애완동물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인 '펫가든'의 문을 연 뒤 현재 20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펫가든의 매출 신장률은 2013년 9.5%, 2014년 9월 현재 12.7%로 상승세다.

티몬은 지난 6월 애완동물 카테고리를 신설했으며, 쿠팡은 팀을 구성해 애완동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유통업계뿐 아니라 국내 식품업계도 애완동물 사료 시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애완동물 사료 시장 규모는 2012년 현재 1500억원으로, 그동안 네슬레나 마스 등 외국계 업체가 시장의 60∼70%를 차지했으나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식품업체도 앞다퉈 사료를 출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애완동물 사료 브랜드 '오프레시'와 '오네이처', 풀무원은 '아미오'를 선보이며 사료 시장에 진출했고, 사조산업은 지난 6월 참치캔 제조 시 나오는 참치 적색육을 이용해 고양이용 사료인 '사조 로하이 캣푸드' 6종을 출시하며 사료 시장에 가세했다.

카드사도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고객을 위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으며, CJ헬로비전은 지난 2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견공을 위한 채널 '도그 TV'의 방송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애완동물 산업이 점차 고급화·전문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 가축과 달리 애완동물은 노화와 비만 관리가 중요해 사료는 물론, 예방 접종과 질병 치료 및 진단 시장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오픈마켓인 11번가에서는 올해 애완동물 용품 매출이 작년보다 10% 증가했지만 프리미엄 용품 매출은 이보다 높은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애완동물을 키운다기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동물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식품과 의류는 물론, 미용 등의 서비스도 고급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더불어 발달한 의료 서비스로 애완동물의 수명이 연장하면서 보험 시장이 새롭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완동물 판매 사업자를 위해 선천성 질병이나 유전병, 암이나 상해 등에 대한 담보 상품이 개발되고 여기에 정기검사, 사망 보험금, 치료비 보상 등 특약 조건이 추가된 상품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웃나라 중국 애완동물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B씨는 지난 춘제(설) 연휴 기간 애완견을 동물병원에 맡기고 여행을 떠났다. 애완동물 보호센터보다는 동물병원에 맡기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그는 하루 50위안(한화 기준 약 8608원)씩 일주일치 보관료를 냈다. 평소엔 절반 값에 위탁이 가능했다. 하지만 연휴에 애완견을 맡아줄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동물병원 직원 휴일 근무수당까지 붙다 보니 보관료가 상승했다. 그는 요즘 애완견이 나이가 들면서 병에 걸리거나 다칠 때를 대비해 애완견 보험을 들 것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애완동물에 대한 보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애완동물 보유 인구는 2012년 기준으로 3000만명에 이른다. 2200만명인 일본을 제치고 미국·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다. 홍콩도 전체 가구 중 10% 정도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사료·보험·의료 등 애완동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기준 애완동물 관련 지출은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애완동물 시장은 2008년 이후 매년 10%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 사이에서는 의료비 부담이 늘어 애완동물 보험에 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애완견을 키우는 홍콩의 한 시민은 “애완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병원 갈 일도 잦아졌다”면서 “애완견 보험에 듦으로써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수명과 병력 통계 등이 부족해 애완동물 보험상품 설계에 소극적이던 보험업계도 시장을 달리 바라보고 있다. 한 보험전문가는 “애완견 보유 가구는 중국 전체 가구의 10% 정도”라며 “미국 가구의 50%가 애완견을 키운다는 점에서 중국의 애완동물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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