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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위해 법치 지키자"… 노란 리본 묶고 침묵시위

입력 : 2014-10-02 00:14:11 수정 : 2014-10-02 0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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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도 함께하며 힘 보태
中공안당국, 보도 통제 나서
“내 부모 세대는 자유와 법치를 찾아 홍콩에 왔습니다. 내 아이와 홍콩의 미래를 생각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섭씨 31도의 뙤약볕이 쏟아진 1일 홍콩 까우룽(九龍)반도 남부 침사추이(尖沙咀) 번화가. 거리에서 만난 56세 퇴직 남성은 “홍콩 행정장관은 물론 입법의원까지 중국 입맛에 맞는 사람만 뽑도록 제도를 바꾼다면 우리의 자유는 어디로 가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새벽 학생·시민단체 주도로 처음 시작된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 시위는 중국의 최대 경축일인 국경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중국 중앙정부가 인민해방군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소문에도 홍콩 시민들은 이날 더 세를 불렸다. 점거 지역도 홍콩섬의 금융중심가 센트럴(中環)과 까우룽반도 몽콕(旺角)에서 서부 완차이(灣仔)와 남부 침사추이까지 늘어났다. 케이 체(謝安琪)와 안토니 웡(黃秋生) 등 홍콩 연예인들도 모습을 드러내 시위대에 힘을 보탰다.

국경절을 맞아 홍콩 당국이 이날 진행한 국기게양식 행사는 홍콩 ‘우산혁명’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완차이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시위대는 오성홍기가 걸린 게양대에서 등을 돌린 채 노란 리본을 묶은 손을 들어 엑스(X)자 표시를 내보이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렁 장관을 향해 홍콩에서 쓰는 광둥화(廣東話)가 아닌 중국 표준말인 푸퉁화(普通話)로 “퇴진 689”를 외치기도 했다. 689는 간접선거로 진행된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1200명의 선거위원 중 렁 장관에게 지지표를 던진 선거위원 수를 의미한다. 현재 방식대로라면 2017년 선거에서 친중 인사에게 던져질 표 숫자도 689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렁 장관은 국경절 기념사에서 시위대를 겨냥해 “홍콩과 중국 대륙의 발전은 밀접히 연결돼 있다”면서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중국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시위대와 달리 붉은색 야구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관변단체 회원들이 “시위대의 위법행위는 절대 용납돼선 안 된다”는 공허한 외침뿐이었다.

이날 홍콩섬 센트럴 지하철 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애드미럴티(金鐘)역 부근 팀메이 도로에는 ‘민주주의의 나무’가 세워져 눈길을 끌었다. 이번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우산과 진압을 막기 위한 장애물들로 세운 이 상징물은 전 세계인을 향한 홍콩 민주주의의 절규로 다가왔다. 금융가와 상점이 모두 문을 닫은 탓인지 도시 전체가 썰렁함 그 자체였다. 간간이 중국인 관광객들이 시위 학생들과 논쟁을 벌이는 광경이 포착됐다.

중국 본토에서도 긴장이 고조됐다. 공안당국은 이날 시위 보도를 통제하면서 시위 지지 인사 체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중국에서 홍콩의 진정한 보통선거를 지지하던 인권운동가 20명이 중국 경찰에 구금됐다”며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홍콩=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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