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군이 보유한 헬기와 장갑차, 수송기, 전투함 상당수가 노후화한 데다 기술적 결함도 발견돼 해외에 보내기는커녕 독일 방어도 의심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가 예정보다 늦게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도 아르빌에 도착한 무기와 군사고문관들이다. 독일은 지난달 미국의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 동참 차원에서 KRG에 7000만유로(약 940억원)어치 무기지원을 약속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대전차 로켓발사기 등 1차 인도분 무기와 6명의 낙하산부대 병력은 애초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아르빌을 방문하는 지난달 25일에 맞춰 아르빌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실어나를 예정이었던 독일군 트란살 수송기(1960년대 개발·배치)가 동시에 고장을 일으켜 무기들은 네덜란드 수송기에 실려 보내졌다. 군사고문단도 불가리아에서 발이 묶였다.
독일 군용기의 굴욕은 이뿐만이 아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구호물자를 싣고 서아프리카를 향하던 독일 군용기는 지난달 29일 역시 기체 이상이 발견돼 카나리아제도에 비상착륙했다.
슈피겔은 독일 국방부가 지난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 독일군 주력 무기 상당수가 실전에 배치될 수 없는 상태라고 폭로했다. 독일이 보유한 U212 잠수함 4척 가운데 3척은 8월 현재 실전 투입은커녕 운용조차 불가능한 상태였고, 주력 전차인 ‘복서 탱크’는 180대 중 70대만이 가동되고 있었다. NH90 전투헬기 또한 보유 중인 33대 중 단 8대만이 날 수 있는 상태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나마 지금은 단 2대만 가동 가능한 상태다. 또 터키에 배치된 패트리엇미사일의 경우 고장이 나더라도 대체할 부품이 없어 독일 내 미사일에서 부품을 빼서 현지로 수송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슈피겔은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IS 사태로 독일의 활발한 해외 군사활동을 기대하던 미국도 실망한 눈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라크 등 분쟁 지역 군사개입에 박차를 가하던 독일이 (군용기 고장 등)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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