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960년대 파리서 통한 동·서양… ‘비정형의 美’를 보여주다

입력 : 2014-09-30 20:14:04 수정 : 2014-10-01 10:07: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응노미술관 ‘파리 앵포르멜 미술을 만나다’展
한국·독일·프랑스·중국 출신의 이응노,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주, 자오우키는 각각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1960년대 이후 파리에서 활동하며 당시 유럽 화단에 넓게 퍼져 있던 앵포르멜 미술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들이다. 이들의 작품을 7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대전 이응노미술관(관장 이지호)에서 열리는 ‘파리 앵포르멜 미술을 만나다 : 이응노,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주, 자오우키’ 전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앵포르멜 미술은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고 화가의 행위를 강조한 전후 추상미술이다. 이들 4명의 작가는 모두 앵포르멜 미술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체화(體化)하여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1964년 이응노가 세르누쉬미술관 내에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할 당시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의 동료애를 보여주었다. 1967년 이응노가 동백림 사건에 휘말렸을 땐 유럽의 여러 지식인들과 함께 그의 구명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피에르 술라주 ‘무제’(1979년, 석판화)
파리라는 공간에서 이들은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구분과 차이를 넘어,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미의 세계를 모색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한편으론 직간접적으로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세대로서 전후 유럽의 공허함과 우울을 겪으며 서구의 합리주의를 비판함과 동시에 그동안 중시되지 않았던 개인의 자유와 주관 그리고 표현을, 앵포르멜(Informel), 즉 ‘비정형’의 형태로 되찾고자 했다. 

한스 아르퉁 ‘T1962-R8’(1962년, 캔버스에 비닐계 안료)
아르퉁은 어릴 적부터 번개와 천둥 등 순간적인 에너지 분출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선과 색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추상미술의 한 영역을 장식하였다. 술라주는 ‘그림이 단순해질수록 회화의 표현은 강렬해진다’고 믿었고, 검은색을 주조로 한 작품을 발표했다. 프랑스 현대 추상미술의 대가로, 2009년엔 퐁피두 센터 개관 이래 생존 작가 최초로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자오우키는 1960년대부터 대형 캔버스 안에 마치 마그마가 움직이는 것처럼 강렬한 색채로 공간감을 부여했다. 특유의 서정적인 색면 속에서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그는 아시아 전통인 서체와 서양 현대미술을 접목하여 독자적인 추상을 완성한 작가이다.

자오우키 ‘20-03-1984’(1984년, 캔버스에 유채)
이번 전시는 고암 이응노 탄생 110주년과 파리동양미술학교 설립 5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국제전이다. 전시작품들은 프랑스의 국립조형예술센터(CNAP), 아르퉁 재단, 술라주 재단, 자오우키 재단 그리고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과 개인 소장가의 협조로 모아졌다. 연령과 국적은 다르지만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4인의 작가가 60년대 전후,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것을 열렬히 탐구하던 시기에 만나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결국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갔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042)611-9802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