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치유해준 책, 함께 읽으니 더 큰 위안"

입력 : 2014-09-30 15:04:04 수정 : 2014-09-30 15:17: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내 안에 담벼락이 있다/ 나는 그 담벼락에 글을 쓴다// 사부작 사부작/ 글 쓰는 소리에 담벼락이 웃는다.”

정신장애 3급인 최선영(37·사진)씨는 자신이 쓴 시를 나지막이 읊조린 뒤 “담벼락이 제 마음”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기 마음이 웃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란다.

29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장애인 독서 한마당’에서 만난 최씨는 연방 웃으며 “동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독서지도 프로그램 덕분에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책을 다시 잡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릴 때 학교에서 독후감으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라디오 방송에도 소개된 적이 있을 만큼 글 재주가 뛰어났다. 그러나 부모가 이혼한 뒤 가세가 기울며 남들보다 일찍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후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던 중 정신분열증을 앓기 시작했다. 폭력을 쓰는 등 증상이 심해 독방에 갇히기까지 했다.

“삶에 풍파가 많은 편이에요. 정신분열증 환자 가운데 중환자실까지 갔던 사람은 저뿐일걸요.(웃음)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책을 읽을 겨를도 없었죠.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책을 6권가량 읽었어요.”

그는 지난 6월부터 경북 포항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독서지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설레는 마음에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그는 “새벽에 출발해 점심 때쯤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에 들어서며 페이스북에 ‘포항특별시민이 서울 촌에 들어왔다’는 글을 남겼다”고 농담을 던졌다.

“프로그램을 통해 읽은 책 중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가 있고요. 책을 보면서 ‘내가 참 때가 많이 묻은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어린 왕자’ 속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묻자 그는 긴장한 듯 한참 고민하더니 “약을 계속 복용하는 중이라 기억력이 떨어져 구체적인 건 안 떠오른다”며 수줍게 웃었다.

“평소에는 수필을 좋아해요. 다른 사람의 삶을 공유하는 건데, 그게 제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책을 매개로 각자 아픔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