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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보복 아닌 환부 도려내는 수사 … 기업 바꾸고 경제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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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4 06:00:00 수정 : 2014-09-24 17: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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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 전도사’ 황교안 법무장관
“법을 지켜야 경제가 삽니다.”

22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황교안(57) 법무부 장관은 다소 엉뚱하다 싶은 말을 했다. 도대체가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은 경제와 법을 연장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했다. 법을 잘 지키는 기업이 많아져야 경제가 건강해지고 민생도 안정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법의 잣대가 엄격해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문에 손사래를 쳤다. 대기업 총수의 비리에 대한 처벌과 관련, ‘메기론’을 펼쳤다. 붕어만 사는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생존본능이 작동해 붕어가 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원년 멤버’다. 2013년 3월 취임한 이래 여러 차례 교체설에 휘말렸지만 고집스러운 원칙론자인 황 장관은 막판에 결국 인사권자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최근 잇단 무죄가 난 공안사건과 검사 일탈과 관련해서는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취임 1년6개월이 흘렀다. 그간 중점 과제와 성과는.


“헌법 가치 회복을 ‘제1의 일’로 생각했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분야를 수사하고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해되는 활동을 한 정당(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을 했다. 이에 단초가 됐던 현직 국회의원(이석기 의원) 수사에도 최선을 다했다.”

―재임 중 법집행은 공평하고 균형이 있었다고 보나.

“공평한 법집행은 강한 악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강자에겐 강한 법을, 약자에게 따뜻한 법을 집행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사회 지도층 가석방에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가석방 제도가 가진 자,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 악용됐던 측면이 있다. 경남의 기업가 P씨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민들에 대해선 탄력적으로 하되 사회 지도층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적용하도록 해왔다.”

―형집행정지 제도는 소위 ‘사모님 논란’까지 일으켰다.

“제도 개선을 많이 했다. 절차를 바꿨다. 현재는 의사들이 복수로 객관적으로 검진을 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준다.”

―평소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법무행정이라는 말을 자주했는데 의미는.

“1990년대 국책 연구기관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법규 준수 수준이 OECD 중간 정도만 됐어도, 성장률이 5% 정도 됐을 것이란 통계가 있다. 2010년대 들어서도 법질서 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면 경제성장률이 0.5%는 더 향상됐을 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법을 지키는 것이 경제성장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경쟁력을 높이는 밑바탕으로서 법질서 준수를 강조했던 말이다.”

―경제살리기와 법의 역할이 언뜻 와닿지 않는다.

“예를 들겠다. 중소기업 파산·회생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부득이 파산을 했지만, 장래성이 있다든지, 회생 가능성 있는 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비록 한 번 실패했지만 어렵지 않게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런 제도를 만드는 게 법의 역할이다.”

―법대로 살다가는 돈을 못 번다는 선입견도 있다.

“법을 안 지켜도 사업을 잘하는 것은 초기 단계 국가에서나 가능하다. 법적 안정성이 확보돼야 투자 유치가 가능해진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거나 사기를 당할 수 있다면 누가 투자하려 하겠는가. 법사회학자들은 부존자원·인적자원·지적자원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을 제4의 자원이라고 부른다. 그 바탕이 신뢰이고, 신뢰의 핵심은 바로 법이다.”

―너무 법치에 묶여 있다고 재계에서 불만을 토로하는데.

“‘메기론’이라는 게 있다. 붕어가 사는 곳에 메기를 집어넣어 놓으니 다른 물고기들이 살아남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더 잘 살더라는 것이다. 건강한 기업들이 잘 활동하게 하는 것이 경제가 오랫동안 잘 되게 하는 방법이 아니겠나. 잘못한 기업도 부당한 이익을 사회에 충분하게 되돌려 드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살리기에 헌신적 노력을 하고,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드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회를 얻기 위해 사회환원한다는 것과 사회환원하고 국민들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처벌받는 게 그분들의 경제활동에 지장이 되겠지만, 기업이 법에 의해 처단되는 게 경제를 어렵게 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처벌받는 분은 아프지만, 경제가 건강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경제를 살리는 수사를 말씀하셨는데, 수사를 하면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게 아닌가.

“구속된 한 재벌 총수가 있는데, 이분은 이전에도 실수를 했다. 그때도 처벌이 됐고, 재계나 학계에선 이 기업이 처벌 이후 재무구조가 굉장히 건실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살리는 수사라는 게 그런 것이다. 과도한 수사를 해서 기업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지 않는 게 원칙이겠지만, 기본적으론 환부를 도려내서 살리는 게 수사이다. 그분이 또 수사를 받게 됐지만, 이전 수사받고는 기업이 환골탈태했다는 얘기가 있다. 또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한 기업도 과거 수사받으면서 어려웠던 때가 있다. 그때 수천억원을 사회에 환원도 하고, 내적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노력도 했다. 그래서 세계적 기업이 됐는데, 수사를 잘 하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 보복수사가 아니라 정말 기업이 기업인답게 일할 수 있도록 바로잡는 수사를 해나가자는 것이다.”

―잇단 간첩 사건 무죄로 공안수사 위기라는 시각이 있다.

“검찰이 최선을 다하고 적법 절차를 꼼꼼히 따져 수사 및 공소유지를 해야 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 다만 대공사건은 북한에서 일어난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증거가 우리나라 통제권 밖에 있다 보니 진술에 의존해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대책은 뭔가.

“일부 대공사건에 대해선 제한적·합법적 감청을 가능토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선진국도 국가안보 사범에 대해선 체포기간 장기화와 증거 확보 등을 위한 형사사법 특례조항을 둔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호전적인 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해야 할 과제다.”

―사회가 다변화했음에도 검찰 운용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취임 후 ‘검찰 개혁’과 관련한 많은 과제를 풀었다. 최근 입법된 상설특검제가 대표적이다. (검사)적격심사기간을 줄여서 조기 퇴출시키려는 공약을 내세웠다. 검사장 수를 6명 줄였다. 뼈를 깎는 아픔이 따랐다. 문제를 일으킨 검사들에게는 징계뿐 아니라 징계부과금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다만 고쳐진 제도들이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검사 연루 비리가 잇달아 터지면서 검찰 신뢰가 추락했다.

“무엇보다 검사들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이 원하는 법무행정을 펴야 한다. 지금까지 공무원이 계몽적이었다면, 이제는 국민들 뜻을 좇아야 한다고 검사들에게 강조한다. 검찰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변해야 한다.”

―‘마을변호사’ 제도 정착에 매우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마을변호사는) 억울한 사람이 보호받는 ‘따뜻한 법치’의 일환이다. 적어도 법률 지원을 받지 못해 소송을 포기하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 전국에 1412개 읍, 면이 있다. 마을마다 변호사가 1명씩만 있으면 누구나 1차적인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변호사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전부 무료 봉사한다. 올해 안에는 모든 마을에 변호사가 배치될 것으로 내다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아픈 사건으로 얻은 교훈은 잊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그 방법 중 하나다. 민관유착이 있다면 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자신들 이익만 생각해서 국민들에게 불편과 아픔을 준 공직자가 있다면 법으로 응징하는 게 옳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더 나은 사회로 도약해야 한다.”

대담=한용걸 부국장겸 사회부장, 정리=조성호 기자, 사진=남제현 기자

■ 황교안 장관은…
 

▲1957년 서울 출생(57) ▲성균관대 법학 학사·석사 ▲사법연수원 13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창원지검장 ▲대구·부산고검장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제63대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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