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한류의 현지화와 문화융성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4-09-23 21:19:51 수정 : 2014-09-23 21:19:5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최근 베트남 현지기업이 개최하는 한국여름축제(Korean Summer Festival)에 참석했다. 인도차이나광장은 아침 일찍부터 베트남 젊은이로 북적거렸다. 광장 한가운데 마련된 각종 부스에는 K-팝 그룹 엑소부터 티아라, 인피니트, 투피엠 등 그 인기를 반영하는 문화상품이 즐비했고 김밥과 떡볶이 판매대는 물론 젊은 여성이 긴 줄로 기다리는 한복 대여 코너도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개막식이 시작되자 무대는 베트남 젊은이의 K-팝 노래와 댄스공연, 한복패션쇼 등으로 그야말로 ‘축제’였다.

이번 행사는 큰 의미가 있었다. 우선 한국기관이 아닌 베트남 현지기업인 박지엔그룹(Bach Dien Group)이 주관했다. 한류가 현지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K-팝 등 대중문화에 편중됐던 한류가 한국의 전통문화에까지 확대되고 있었다. 더욱이 한류가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한류전문가들은 한류의 지속가능성과 포스트한류에 대해 고민했다. 일방적 교류가 아닌 상호교류가 이루어져야 하고 한류가 현지 국민에게 이익이 돼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한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현지 기업 주최 행사를 보며 그 고민의 무게가 다소 가벼워졌다.

사실 문화원장 2년여 동안 베트남 한류의 현지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동방신기 베트남 팬클럽 회장인 프엉이다. 그녀는 K-팝을 인연으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한국어를 전공했다. 이제는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의 유일한 현지인 강사로 3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 만화, 영화, 드라마 번역 일도 하고 있다.

박낙종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
베트남에서 한류의 성숙은 한국대중문화의 매력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급증하고 있는 한국기업체의 한국어 전공자에 대한 수요도 만만찮다. 현재 14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치돼 있고, 세종학당은 7개에 이르지만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문화가 베트남 젊은이에게 일상이 되면서 한국어 전공자에게는 직장을 제공하고 현지 기업에는 수익 창출의 블루오션이 되고 있으며, 문화소비를 촉진해 현지 문화산업의 부흥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현지 신문에서 K-팝 스타들의 현지 팬에 대한 사려 깊지 못한 태도를 비판했듯이 아무리 한류의 현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더라도 문화우월주의적인 경솔한 행동이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한류의 흐름이 주춤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명심할 것은 진정성만이 한류의 가치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우리의 문화가 매력이 있고, 현지 문화산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해도, 우리가 진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한류의 흐름은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융성의 가치를 전 세계에 구현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진정한 마음과 겸손한 자세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박낙종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