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는 큰 의미가 있었다. 우선 한국기관이 아닌 베트남 현지기업인 박지엔그룹(Bach Dien Group)이 주관했다. 한류가 현지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K-팝 등 대중문화에 편중됐던 한류가 한국의 전통문화에까지 확대되고 있었다. 더욱이 한류가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한류전문가들은 한류의 지속가능성과 포스트한류에 대해 고민했다. 일방적 교류가 아닌 상호교류가 이루어져야 하고 한류가 현지 국민에게 이익이 돼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한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현지 기업 주최 행사를 보며 그 고민의 무게가 다소 가벼워졌다.
사실 문화원장 2년여 동안 베트남 한류의 현지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동방신기 베트남 팬클럽 회장인 프엉이다. 그녀는 K-팝을 인연으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한국어를 전공했다. 이제는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의 유일한 현지인 강사로 3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 만화, 영화, 드라마 번역 일도 하고 있다.
박낙종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 |
그러나 얼마 전 현지 신문에서 K-팝 스타들의 현지 팬에 대한 사려 깊지 못한 태도를 비판했듯이 아무리 한류의 현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더라도 문화우월주의적인 경솔한 행동이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한류의 흐름이 주춤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명심할 것은 진정성만이 한류의 가치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우리의 문화가 매력이 있고, 현지 문화산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해도, 우리가 진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한류의 흐름은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융성의 가치를 전 세계에 구현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진정한 마음과 겸손한 자세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박낙종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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