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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창 나인데”… 중장년 구직 열기

입력 : 2014-09-22 19:50:36 수정 : 2014-09-22 2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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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90여곳서 2000여명 선발
손으로 쓴 이력서 들고 찾아와 동년배 면접관 앞에서 채용 호소
“도전해 봐야죠. 저는 아직 나이도 젊고 이대로 쉬기는 아깝잖아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중장년 채용한마당’ 행사장. 채용공고를 살피던 김모(60)씨는 면접에 붙을 자신이 있느냐는 말에 밝게 웃으며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이들의 머리는 희끗희끗했지만 구직을 향한 열기만큼은 청년들 못지않게 뜨거웠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중장년 채용한마당’ 행사장에 구직을 원하는 중장년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노동부와 전경련 등의 기관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190여개 기업이 참가해 2000여명 채용에 나섰다. 행사장에는 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50대 이상 취업자는 952만명으로 20∼30대의 933만명보다 19만명이 많았다. 통계청이 관련 조사를 실시한 1963년 이후 중장년층 취업자가 청년층 취업자 수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균 수명이 늘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이어지면서 ‘제2의 인생’을 살려는 중장년층 구직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용공고 게시판 앞에선 말끔히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들이 무릎을 굽히고 아래쪽 공고까지 꼼꼼하게 읽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고를 살피던 이모(59)씨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20여년간 가방 만드는 일을 하다 두 달 전 한국에 들어왔다”며 “사실상 한국에선 첫 취업을 하는 셈이라 많이 긴장되고 떨린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각 기업에서 마련한 부스에 찾아가 일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즉석 면접도 이뤄졌다. 면접을 보는 이와 면접관은 동년배였지만, 면접자들의 간절함은 젊은이와 다름없었다.

이들이 20∼30대 구직자들과 조금 다른 점은 ‘종이’와 ‘펜’에 더 익숙하다는 것. 구직자들은 컴퓨터로 인쇄한 이력서가 아닌 손으로 직접 쓴 이력서를 들고 다녔다. 한 글자씩 눌러쓴 이력서에는 이들의 지난 삶이 함께 담겨 있었다.

수십년간 교직에 몸을 담은 박모(67)씨는 “6년 전 퇴직했는데 그동안 벌어놓은 돈은 사기로 다 날렸다”며 “노숙인 직전 신세라 오늘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설렘과 함께 또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교차했다. 이날 두 군데 면접을 본 김모(58)씨는 떨리냐는 질문에 “떨릴 게 뭐 있어. 젊은 사람이나 떨리지”라면서도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금전적 어려움도 있지만 일을 하고 싶어서 왔다”며 “아직 일을 할 수 있는데 사회가 나이가 있으면 쉬라고만 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일하다 넘어져 수술을 한 김모(55·여)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이곳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한식조리사자격증과 요양보호사자격증이 꼭 쥐어져 있었다. 김씨는 “아프다고 집에만 있을 수 없지 않으냐”며 “꼭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장 중앙에 마련된 ‘희망메시지’ 코너에는 이들의 바람이 그대로 담겼다. 참석자들이 직접 붙인 포스트잇에는 “나도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다”, “아직 세상은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유나·이지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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