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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신작 ‘토너먼트’ 직접 보니…

입력 : 2014-09-22 20:21:06 수정 : 2014-09-22 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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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과 무대 세련되고 독특
생동감 적은 춤대결 아쉬워
국립무용단의 신작 ‘토너먼트’(사진)의 느낌은 새롭다. 세련된 데다 오락적 요소가 충만하다. 한 발 앞선 시도와 실험에 큰 박수를 보낼 만하다. ‘토너먼트’는 춤 간의 ‘대결’을 표방한 작품이다. 그러나 단순한 춤과 춤의 대비를 넘어서는 화학작용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대결’은 있으되 전략전술은 지극히 평면적인 싸움을 지켜보듯 아쉬움이 남는다.

17∼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토너먼트’는 천상을 정복하려는 인간계와 방어하는 중간계의 대결을 그렸다. 인간계는 14명의 남성 무용수와 2명의 여성, 중간계는 반대로 14명의 여성과 2명의 남성으로 이뤄졌다. 양 진영은 춤도 대립된다. 인간계는 국립무용단 윤성주 예술감독, 중간계는 안성수가 안무를 담당했다.

막이 오르면 선연한 푸른 빛을 등진 남성 무용수가 허공을 가른다. 춤을 보노라면 선비와 무사의 결합이 떠오른다. 몸에서 퍼져나간 묵직하고 결연한 움직임은 손끝, 발끝에 이르러 사뿐하고 아름다운 선으로 마무리된다. 고동 치는 타악 장단은 적진으로 밀려드는 인간계의 공격성을 가중시킨다. 무용수들은 다양한 공중돌기를 선보이며 멋진 장면을 연출해냈다.

여성 무용수의 움직임은 만화영화처럼 희극적이면서도 유려하다. 흔히 중간계는 하늘하늘한 요정의 세계로 표현된다. ‘토너먼트’는 이런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무용수들은 우리 춤의 팔 동작을 빠르게 이어가면서 관절을 꺾고 다리를 움직이며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냈다. 장난감 병정 세계 같으면서도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이 넘실댄다. 다만 빠른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어려운 동작을 소화하다 보니 순간순간 춤이 음악에 쫓기고 부산한 인상이 들곤 한다.

의상과 무대는 세련되고 독특했다. 특히 극의 중간 무렵에 이르러 무대가 기운 채 360도 회전하는 장면은 꽤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간·중간계의 춤을 나열하듯 차례로 늘어놓다 보니 두 세력이 격돌하며 만들어내는 생동하는 에너지가 부족해 보인다. 체스와 장기를 형상화한 양 진영은 대열을 맞춰 선다. 이런 탓에 질서는 갖춰졌으나 모든 걸 걸고 싸우는 이들의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결’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좀더 입체적이고 과감하게 운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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