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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금빛 총성 강심장 막내 '통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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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1 19:03:37 수정 : 2014-09-21 23: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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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사수’ 김청용, 한국 첫 2관왕 기염 ‘사격 입문 3년 만에 태극마크. 한국 사격 사상 최연소 아시안게임 2관왕.’

겁 없는 고교생 명사수 김청용(17·흥덕고)은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사격을 접했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학생들에게 체육 선생님이 ‘총 한번 쏴보지 않을래’ 하고 권유했다. 막연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잡아본 총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결국 김청용은 사격부가 있는 학교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사격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인천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고교생 명사수 김청용(흥덕고)이 21일 시상식에서 금메달 2개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이제원 기자
물론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우선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내야 했다. 당시 아버지는 아들을 말렸다. 태권도 선수를 했기에 운동선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러나 끝내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한 아버지는 “이왕 한다면 끝까지 하라”라며 아들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기본기를 배우기도 만만치 않았다. 사격 지도법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돼 있어서다. 왼손잡이 김청용이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코치가 왼손잡이 파지법을 알아오면서 김청용을 가르쳤다. 이후 기량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청용은 최근 2년간 국내 고등부 대회를 휩쓸었다. 기어이 올해 여섯 차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평소 진종오를 우상으로 삼은 김청용은 대표팀 생활을 하며 세계 최정상급 사수의 격발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커갔다.

김청용은 보란듯이 국제종합대회에서 화답했다. 형들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간다던 김청용은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사수들 틈에서 전혀 꿀리지 않았다. 더욱이 고교생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달아 이번 대회 전에도 메달 후보로 거론되긴 했지만 진종오마저 넘고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풋내기가 아시아를 놀라게 했다.

김청용은 21일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 및 개인전을 휩쓸었다.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에 오른 그는 한국 사격 사상 아시안게임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청용은 10m 공기권총 단체전 시상식에서 대표팀 선배이자 우상인 진종오(35·KT)가 직접 태극기를 몸에 둘러주는 영광까지 안았다. 진종오를 이을 차세대 권총 에이스임을 알리는 대관식이나 다름없었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을 노리던 진종오는 아쉽게도 동메달에 그쳤다.

김청용은 남자 10m 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201.2점을 얻어 199.3점을 쏜 팡웨이(중국)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앞서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도 진종오, 이대명(26·KB국민은행)과 함께 1744점을 합작하며 정상에 올랐다.

김청용은 “앞으로 오랫동안 사격할 것 같다”며 “더 열심히 해서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침부터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오세명씨는 “정말 기쁘고 가슴이 뛴다”며 아들을 대견스러워했다. 김청용은 3년 전 의료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김청용은 어머니, 누나를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며 가장을 자임할 정도로 효자다. 지극한 효심은 이날도 묻어나왔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아버지 산소에 들르겠다는 김청용은 “엄마가 고생 많이 하셨다”며 끔찍히 엄마를 위했다. 오씨는 “청용이는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며 “꼭 성공해서 호강시켜드리겠다고 약속했다”고 기특해했다. 순간 어머니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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