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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日우익들 "위안부 강제성 없어"…고노담화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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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1 20:41:40 수정 : 2014-09-21 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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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권 주도… 대공세 배경·전망 “아사히신문의 일본군 위안부 보도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 증언에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그것을 묵살하고 수정하지 않아 일본 국익을 크게 훼손했다. 넓은 의미의 강제성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아사히신문의 주장도 논점 바꿔치기에 불과하다.”

발행부수 1000만부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2일자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설을 포함, 무려 10개 면에 걸쳐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오보를 ‘융단 폭격’했다. 아사히신문이 주도한 위안부 문제도 덩달아 공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해 한·일 역사인식의 공공재로 평가돼온 1993년 고노담화가 흔들리고 있다. 한·일 관계가 최악 수준으로 악화하면서 정치권과 우익 세력이 고노담화를 주 타깃으로 공격하고 있어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지난 6월 검증을 핑계로 고노담화를 한·일 간 조율에 의한 ‘타협의 산물’로 격하했고, 우익 세력들도 지난 8월 아사히신문의 오보 소동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의 백지화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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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주도… 아사히신문 오보가 기름


‘위안부 강제연행을 보여주는 정부 자료가 없다’고 주장해온 아베 정부는 일부 정치인의 질의를 명목으로 고노담화 검증에 착수해 지난 6월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팀은 5차례 회의를 통해 고노담화의 핵심인 위안부 강제성 문제에 대해선 검증하지 않은 채 담화 작성과정만 주목, 담화 문구가 한·일 간 조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우익들과 산케이신문 등은 이에 “고노담화가 역사적 사실이 아닌 ‘외교의 산물’로 확인됐다”며 담화 수정을 요구했다.

아사히신문의 잇단 오보는 사태를 악화시켰다. 신문은 지난 8월5일 제주도에서 많은 여성을 강제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요시다 세이지 증언보도에 이어 지난 11일에도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당시 책임자였던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작년 7월 사망) 조서 관련보도도 오보라고 철회했다.

우익 정치가와 보수 언론 등은 이에 ‘물 만난 고기처럼’ 연일 아사히신문과 고노담화 때리기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위안부 오보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국제사회에서 일본 명예가 손상된 것이 사실”이라고 공세의 선두에 섰다. 자민당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신임 정조회장은 “허위로 인해 국가 명예가 세계에서 실추하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고노담화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방위로 확산하는 우익들의 공세


최근 아베 정부와 우익들의 고노담화에 대한 공세는 전방위적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달 26일 예산을 투입해 고노담화 검증결과를 국내외에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요시다 증언을 인용한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의 소위 ‘쿠마라 스와미 보고서’의 철회를 요구하기도 한다. 우익 정당 차세대당은 물론 집권 자민당의 정책조사회 소속 의원들은 스가 관방장관에게 고노담화를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 우익들이 고노담화 검증결과와 아사히신문의 요시다 증언기사 철회를 강조하는 이유는 위안부 강제동원이 없었음을 강변하기 위해서다. 아베 총리가 “일본 군인이 사람을 납치하듯이 집에 들어가 어린이를 위안부로 삼았다는 기사가 세계에 사실로 받아들여져 비난하는 비(碑)가 세워졌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최근엔 위안부 강제연행의 결정적인 사례로 거론돼온 ‘스마랑 사건’을 겨냥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는 ‘문예춘추’ 10월호에서 “네덜란드 여자도 위안부로 삼았다는 이야기(아사히 보도)가 퍼지면 큰일이다. 그 전에 급히 손을 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마랑 사건이란 일본군이 1942년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끌고가 자바섬 스마랑 근교에서 위안부로 삼은 사건으로, 전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서 열린 B, C급 전범재판으로 확인됐다.

◆미국 등의 움직임과 향후 변수

그나마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신임 간사장이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회장 등이 최근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다. 고노담화 수정론이 진정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아베 총리의 측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이 내년에 새 담화를 내라고 요구했듯이 아베 정권은 정치권의 요구를 핑계로 담화를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내년 70년 담화를 통해 사실상 고노담화를 무력화하거나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위안부 피해국들의 반발이 변수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고노담화 검증 직후 “엄중한 반인도주의 죄행으로, 증거는 명백하다”고 강력 반발했다. 아울러 지난 7월8일 네덜란드 헤이크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네덜란드 비정부기구 ‘일본명예부채재단’(Foundation of Japanese Honorary Debts)을 중심으로 고노담화 검증에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고노담화의 향방은 결국 일본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일관계 등을 감안해 고노담화 수정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일본 정부에 줄곧 보내왔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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