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문학경기장 유도장에서 만난 조인철(38) 남자 유도 대표팀 감독은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유도 종목이 20일 시작됨에 따라 대회에 나서는 9명의 남자 대표팀 선수들의 몸 상태를 빠짐없이 점검하느라 '매의 눈'으로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인철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동메달(78㎏급),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81㎏급)에 빛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사령탑이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81㎏급에서 우승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두 차례(1997년·2001년)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 경력에서는 한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화려하지만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나서는 과거의 영광을 모두 내려놓고 까마득한 후배이자 제자들의 메달 획득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조 감독은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와서 선수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태"라며 "어떤 선수들은 손톱 끝만 살짝 갈라져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코칭스태프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선수들의 비유만 맞춰주고 있다"고 뀌띔했다.
한국 유도는 20일 남자 60㎏급 김원진(용인대)과 남자 66㎏급 최광현(하이원), 여자 48㎏급 정보경(안산시청), 52㎏급 정은정(충북도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조 감독은 "대회를 1주일 앞두고부터는 훈련량을 조금씩 줄이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해왔다"며 "한국이 전통적으로 경량급에 강했던 만큼 유도 첫날부터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절대 부담을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양떼 목동'과도 같은 게 감독의 역할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줄 뿐 선수의 개성과 특성을 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누구보다 화려한 메달 경력을 자랑하는 조 감독이지만 체급에 따라 같은 기술이라도 몸을 쓰는 방식이 전혀 다른 만큼 철저히 선수의 습관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 감독은 "내가 경기를 앞두고 바나나를 먹었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똑같이 강요할 수는 없다"며 "어떤 선수는 밥을 먹는 게 편하고 다른 선수는 죽을 먹는 게 편할 수도 있다. 나의 경험대로만 가르칠 수 없는 게 유도다. 선수들의 기량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만큼 내심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누릴 수 없는 이점이 많다.
남자 대표팀은 인천시체육회와 경찰체육단 선수들을 대회 기간에 훈련 파트너로 활용하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훈련장도 인천시체육회의 도움을 받아 문학경기장 유도회관을 이용했다.
조 감독은 "훈련 환경이 좋아 집중력도 뛰어나고 평소 먹던 음식을 그대로 맛볼 수 있어 선수들의 전투력이 최고 상태"라며 "이번 기회에 한국 유도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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