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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끝없는 질문 … 예술의 정수 찾다

입력 : 2014-09-18 21:28:50 수정 : 2014-09-18 23: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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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공연예술제 25일 개막
한국 대표 공연예술 축제로 꼽히는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SPAF)가 25일부터 10월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14회째를 맞는 올해 SPAF에는 ‘핵심을 감지하다 (Sense the Essence)’ 라는 주제 아래 한국, 독일, 벨기에, 러시아 등 7개국을 대표하는 19개 공연단체가 참가해 연극과 무용 작품 25편을 선보인다.

안무가 호페시 셱터의 최신작 ‘선’
한국 대표 공연예술 축제로 꼽히는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25일부터 10월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14회째를 맞는 올해 SPAF에는 ‘핵심을 감지하다(Sense the Essence)’라는 주제 아래 한국, 독일, 벨기에, 러시아 등 7개국을 대표하는 19개 공연단체가 참가해 연극과 무용 작품 25편을 선보인다.

2014 SPAF가 선택한 작품들은 단순히 보이는 현상과 방식에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입체적인 관점을 투사함으로써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것에 다가가려고 한다. 인간 존재의 의미, 폭력에 대한 저항, 약자의 고통에 대해 굽이굽이 고찰하면서도 공연이라는 형식을 실험하고 담금질함으로써 다면적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려 한다. 그러나 관객에게 이해를 강요하지 않고, 상징을 통해 우화적으로, 고전의 묵직한 금언을 통해 작품을 전하는가 하면 만드는 과정을 노출하는 실험과 끊임없는 질문으로 객석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관점을 테스트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공연예술의 정수(essence)를 감지한다. 보이는 것 너머의 것, 보이지 않는 핵심(essence)을 인식하고 감지하도록 무대 위의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 2014 SPAF는 예술의 정수를 찾아가는 이 지난한 길에 동참한다.

개막작 ‘노란 벽지’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개막작 ‘노란 벽지’(25~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다. 현대 실험연극의 메카로 불리는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이 제작하고, 피터 브룩을 잇는 영국 출신의 최고 연출가 케이티 미첼이 빚어낸 연극이다. 19세기 미국의 여성주의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각색했다. 카메라 4대가 촬영한 배우들의 모습을 무대 위의 스크린에 투사하는 ‘라이브 시네마 퍼포먼스’ 기법으로 여성의 억눌린 자의식과 상처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케이티 미첼이 연출한 작품이 아시아 국가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간 서적과 영상으로만 소개돼 왔던 그의 작품을 실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안무가 호페시 셱터의 최신작 ‘선’(10월 8,9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국내 관객과 만난다. 경련이 인 듯한 몸, 굽어진 등, 아프리카 댄스, 이스라엘 민속무용, 라틴댄스 등 신들린 듯한 움직임이 가득한 이 작품은 안무가의 집중된 탐구력에 고도로 훈련된 무용수들의 출중한 군무가 어우러져 있다. 열정적인 자유분방함과 복잡함을 최소화하고, 식민주의의 목가적인 공포를 날카로운 유머와 함께 녹여낸다. 

벨기에의 현대무용단 니드컴퍼니의 ‘머쉬룸’
벨기에의 현대무용단 니드컴퍼니의 ‘머쉬룸’(10월 4,5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안무가 그레이스 엘렌 바키의 최신작이다. 극장에 들어서면 관객은 버섯으로 가득 찬 숲 속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몽환적인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신비한 느낌으로 귀를 파고드는 음악이다. 세계 실험음악의 아이콘인 레지던츠(The Residents)가 이 작품을 위해 곡을 썼다. 아방가르드 음악과 멀티미디어 작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괴짜 집단 레지던츠와 세련된 위트를 겸비한 그레이스의 조합, 그리고 니드컴퍼니의 단원들이 뿜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극의 강점이다.

2012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소개된 연극 ‘산책자의 신호’(10월 8,9일·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이듬해 유럽의 주요 극장 무대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신자유주의 세계 속에 살아가는 불안한 존재로서의 인간들이 가야 할 길과 그 길의 좌표를 함께 찾아가는 연극이다. 18년간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허언증 환자에 대한 심리를 펼쳐 보임으로써 그들이 피해 도망쳐온 사회의 실패를 여지없이 폭로한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배우들은 연극과 이 세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능청스러운 퍼포먼스로 뚝딱 만들어 보여준다. 

이윤택 연출 ‘코마치후덴’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거장, 오태석과 이윤택의 작품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태석은 강렬한 현실풍자와 특유의 언어유희가 담긴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9월26∼28일·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를 들고 나온다. ‘심청전’을 모티브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한국식 블랙 코미디다. 이윤택은 일본 극작가 오타 쇼고의 초기작 ‘코마치후덴’(9월29일~10월2일·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한국적인 리듬과 정서, 전통음악으로 재창조해 선보인다. 

폐막을 장식할 러시아 RAMT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10월16~19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유진 오닐이 다시 쓴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러시아의 감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살인과 간음, 사랑과 복수를 프로이드의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섬세하게 다룬 원작을 러시아의 스케일과 감각으로 연출해냈다. 모노톤의 회전무대와 시시각각 전환되는 거대한 저택을 배경으로 애증이 교차하는 가족관계와 운명의 악순환을 회피하고자 하는 인물의 처절함을 웅장하게 그려낸다.

올해는 대학로에 위치한 소극장도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자유참가작 부문이 개설됐다. SPAF 기간 동안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을 함께 소개한다. 연출가·안무가와 만나는 예술가와의 대화를 확대하고, 비평 활성화를 위한 젊은 비평가상도 운영한다. 공연 일정은 홈페이지 http://www.spaf.or.kr를 참조하면 된다. (02)3668-0100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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