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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사랑, 복수 그리고 파멸… 잔인하게 아름답다

입력 : 2014-09-18 21:20:46 수정 : 2014-09-18 21: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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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서서히 침잠해 들어가는 프랑스 영화다. 흥행공식에 충실한 할리우드 영화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눈맛’이 있다. 

뱅상 랭동과 키아라 마스트로이안니가 열연한 ‘돌이킬 수 없는’은 탐미주의적인 시선으로 ‘복수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주제를 담아낸다.
독특한 감성과 인상적인 내러티브의 작품들로 눈길을 끌어 온 클레어 드니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잔인하게 아름답다’(뉴욕타임스),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누아르’(버라이어티), ‘어둠이 아로새겨진 진정한 누아르’(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언론의 호평을 이끌어 낸 걸작이다.

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파리의 거리에서 벌거벗은 채 걸어오는 젊은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왜 이 여자가 이렇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녀와 관련된 모든 필연과 우연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객석에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충격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돌이킬 수 없는’은 복수와 사랑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를 격정적으로 끌고간다. 마르코가 조카 쥐스틴을 위한 복수를 준비하며 사건의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마치 잘 짜인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르코는 조카를 위해 모든 일을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희생하기까지 한다. 여기에 마르코와 라파엘의 금단의 사랑은 점점 깊이를 더하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에 대한 기대와 함께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들이 처음 눈길을 마주하는 장면은 어떤 영화 속 연인이 만나는 장면보다 강렬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순간 또한 숨막히게 매혹적이고 파괴적이다.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여성 거장의 국내 첫 공식 개봉작이다. 클레어 드니 감독은 코스타 가브라스의 ‘한나 K’(1983),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1984)와 ‘베를린 천사의 시’(1986), 짐 자무시의 ‘다운 바이 로’(1986) 등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작품에 조감독으로 참여하며 내공을 쌓아왔다. 제국주의의 문제를 급진적 시각으로 담아낸 데뷔작 ‘초콜렛’(1988)으로 칸영화제의 조명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이후 ‘죽음은 두렵지 않다’(1990)와 베니스, 토론토 영화제 초청작 ‘백인의 것’(2009),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네네뜨와 보니’(1996),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에 오른 ‘아름다운 직업’(1999) 등 식민지 시대 및 그 여파를 다룬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세계 영화계에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다져왔다.

그가 만드는 영화들의 본질은 욕망의 문제와도 깊이 닿아 있다. 욕망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트러블 에브리 데이’(2001)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가 하면, ‘금요일 밤’(2002)에서는 낯선 남자와 관계를 맺는 여인의 욕망을 감각적으로 표출했다. 이번 ‘돌이킬 수 없는’에서 그는 여성의 은밀한 욕망이라는 주제를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붉은 색채와 연결시켜 탐미주의적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나는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 이용한 게 아니야.”

조카의 복수를 위해 고독한 싸움을 하는 마르코 역은 ‘유 콜 잇 러브’(1988)에서 소피 마르소를 위해 노래를 만들던 낭만적인 그 남자 뱅상 랭동이 맡았다.

“당신은 모르잖아, 내 삶에 관해 뭘 안다고.”

뜨거운 사랑을 갈망하는 매혹적인 여자 라파엘 역은 키아라 마스트로이안니가 연기한다. ‘뇌쇄적 눈빛’으로 70∼80년대 전 세계 남성들의 마음을 앗아간 프랑스의 세기적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이탈리아 명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부모의 외모를 물려받은 그는 고혹적인 아름다움, 잔인한 유머, 우울감 등을 작품 속에 능숙하게 녹여내며, 그림자와 같은 삶 속에서 피어오르는 은밀한 욕망을 객석에 전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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