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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안 꾸민 듯… 평범함이 멋이다

입력 : 2014-09-18 20:01:14 수정 : 2014-09-18 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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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 ‘놈코어 패션’ 바람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패션.’ ‘꾸미지 않은 듯 극히 평범한 패션.’ ‘놈코어(Normcore) 패션’을 설명하는 어구들이다. ‘놈코어’는 표준, 평균을 뜻하는 ‘놈(Norm)’과 핵심을 의미하는 ‘하드코어(Hardcore)’를 합성한 신조어다. 어느 모로 보나 전혀 튀지 않고 수수함 자체라는 의미다. 미국에서 시작된 ‘놈코어 패션’ 바람이 국내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변화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는 환절기를 앞두고 놈코어 패션을 주목하며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이 70억명 중 하나임을 깨달은 이를 위한 패션”

놈코어는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최신 패션 트렌드’라는 점에서 모순적인 용어다. 이 신조어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의 트렌드전망 업체 케이홀(K-Hole)이 사용한 이후 급격히 확산됐다. 패션트렌드 분석 업체인 인터패션플래닝(IFP) 관계자는 “케이홀에 따르면 예전에는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태어나 자신의 개성을 찾아야 했지만, 지금은 개인으로 태어나 자신의 공동체를 찾아야 하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혼자 튀는 것보다 집단에 순응할 수 있는 융통성이 놈코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놈코어는 아무리 ‘난 달라’를 외쳐도 남과 오십보백보 차이임을 깨달은 이후 나타난 트렌드로 보인다. 케이홀은 보고서를 통해 “놈코어는 특별한 개인이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그 누구와도 함께할 자유를 원한다”며 “진정으로 놈코어가 되려면 평범함(Normal) 같은 건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IFP 관계자는 “패션만 보면 놈코어는 지난 몇 년간 미국 거리 패션을 장악한 스키니 진, 플란넬 셔츠에 질린 젊은이들이 안티패션 의상을 입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놈코어는 말장난이나 언론의 인위적인 부풀리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새로울 것 없는 패션을 새로운 듯이 포장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미국에서는 놈코어를 둘러싸고 연이어 불이 지펴졌다. 올 2월 미국 뉴욕 매거진은 “자신이 70억명 중 하나임을 깨달은 사람들을 위한 패션”이라며 놈코어를 소개했다. 곧이어 남성잡지 GQ가 화답했다. 엘르닷컴은 반격에 나섰다. “놈코어는 허상”이라며 “19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90년대풍 복고 패션이 돌아온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러는 사이 놈코어는 확실한 실체를 가진 패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놈코어는 최근 패션업계를 장악한 패스트패션과 정반대에 위치한다. 저렴하게 사서 잠깐 입고 쉽게 내버리는 패스트패션과 달리 기본에 충실한 의류들을 고수하는 차림새이기 때문. IFP 관계자는 “놈코어는 동일성을 택함으로써 드러나는 ‘쿨함’에 의미를 둔다”며 “굳이 SPA 매장에 가지 않아도 아빠가 입던 청바지, 형이 입던 옥스포드 셔츠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놈코어 패션’은 튀지 않는 평범함, 꾸미지 않은 듯 수수한 패션을 말한다. 올가을은 놈코어 패션의 영향을 받아 티셔츠에 청바지나 치마를 받쳐 입는 식으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옷차림이 주목받고 있다.
에센셜 제공
◆놈코어, 스티브 잡스처럼

보통 놈코어 패션의 대표 주자로 티셔츠, 스니커즈, 별 특징 없는 청바지를 꼽는다. 구체적 예로 검정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만 입었던 스티브 잡스가 자주 거론된다. IFP 관계자는 “패션과 트렌드에 반(反)하는 움직임이라 디자인적으로 놈코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모순적”이라고 말한다.

패션업계는 올가을 놈코어 패션의 영향으로 담백한 멋이 떠오를 것으로 보고 니트 제품을 주목하고 있다. 패션홍보사 APR는 “2014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셀린, 마크 제이컵스, 샤넬, 스텔라 매카트니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니트로 감싼 차림을 선보여 니트의 향연이었다”며 “니트 외에도 스웨트 셔츠나 울 바지, 캐시미어 터틀넥, 미니멀한 원피스 등이 놈코어 패션 아이템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캐주얼 브랜드 갭(Gap)은 아예 가을을 맞아 ‘드레스 노멀(Dress Normal)’을 내세우고 있다. 평범함 속에서 트렌드의 중심을 찾자는 의미다. 갭은 가장 무난한 색인 ‘검정’과 일상적인 소재인 ‘데님’을 합친 ‘검정 데님’을 전면에 내세웠다.

놈코어의 핵심은 ‘무심한 평범함’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패션에 손을 놓으면 후줄근해 보이기 쉽다. APR 관계자는 “놈코어 스타일을 멋스럽게 연출하려면 모던한 분위기나 시크한 감각을 살려내는 것이 좋다”며 “밋밋하게 느껴지면 간단한 액세서리를 달거나 단순한 시계나 가방으로 변화를 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APR에 따르면, 하얀 셔츠에 바지는 가장 간결한 ‘표준’ 차림새다. 헐렁한 블라우스에 무늬가 들어간 스웨트 바지를 입으면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보인다. 단순한 검정 드레스에 검정 구두를 신어서 고전적인 느낌을 주거나 슬립온을 신어서 재미를 더할 수도 있다. 스웨트 셔츠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스웨트 셔츠에 청바지를 입으면 평범하고 편안해 보이고, 플레어 스커트를 입으면 활동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낸다.

사진=갭 제공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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