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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경영 스타일 변했나, 한전 부지 10조 낙찰 이유는?

입력 : 2014-09-18 16:27:22 수정 : 2014-09-18 16: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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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축구장 33개 규모에 감정가 3조3000억원인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부지를 낙찰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10조5500억원. 감정가의 3배가 넘고 작년 말 공시지가 1조4837억원의 7배가 넘는 가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 제2의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낙찰가가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10년간 강남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9% 이상”이라며 “향후 10~20년 후를 감안할 때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지 매입비용을 제외한 건립비와 제반비용은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간 순차 분산 투자할 예정이라 각 사별 부담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 서울시가 국제업무와 복합 문화공간으로 개발하려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잠실운동장까지의 부지 조감도. 현대차그룹이 낙찰받은 한국전력 부지가 중앙에 위치했다. /그래픽=서울시

현대차그룹의 통근 낙찰가 제시에 관련 업계에서는 의외의 투자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경쟁 입찰자로 나섰던 삼성의 입찰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했던 것으로 추측하고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번 결정에 무엇인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제각각 해석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현대건설 인수때만해도 불과 1000~2000억원을 두고 인수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고민하던 현대차그룹이 이번에는 경쟁사보다 무려 5조원이나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며 “1조원 정도 투자해야하는 공장 건설도 망설이는 현대자동차가 부지 매입에 5조원이나 통 크게 제시했다는 것은 의사결정 스타일이 크게 변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높은 입찰가로 인해 현대차가 삼성동 부지를 일시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단순히 생각해도 너무 큰 비용을 부지매입에 들였다”며 “입찰가의 10%에 이르는 보증금 1조55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현대차가 이번 입찰을 유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입찰은)경쟁 입찰자였던 삼성에게는 현대차그룹이 이 땅에 큰 애착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삼성의 입찰 규모를 살펴본 기회일 수 있다. 입찰 보증금 약 1조원을 포기하더라도 재입찰이 이뤄지도록 해서 5조~6조원에 낙찰 받는다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3조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며 상식적으로 추론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주가는 이날 오전 낙찰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하락세를 달렸다. 현대차는 이날 9.17% 하락한 19만8000원에 장을 마쳤고 기아자동차 역시 7.8% 하락한 5만4400원을 기록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모비스 역시 7.89% 하락하며 25만7000원을 기록해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분위기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대차 컨소시엄 3개 회사의 시가 총액이 약 100조원에 이르는데 세 회사가 5조원에 낙찰 받을 수 있던 물건을 10조원에 받았으니 5조원을 손실 봤다고 감안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주가는 5% 정도 빠져야하지만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3개 회사의 주가가 7%~9% 가까이 하락한 이유는 5조원에 낙찰 받을 수 있는 물건을 두 배나 더 주고 낙찰 받은 경영방식에 대한 결과”라며 “회사의 경영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투자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 한전부지를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자 관련 업계에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10조5500억원이나 쓴 것과 관련해 한국전력이 2017년까지 갚아야 할 부채가 10조9000억원으로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10조5500억원이면 현대차가 원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을 위해 해외의 유명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도 충분한 액수”라며 “심지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살 수 있는 금액인데 이번 낙찰가 제시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투자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투자분석가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연간 10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며 “아주 단순하게 풀이하자면 연봉 5000만원의 봉급자가 5000만원짜리 땅을 산 것과 비슷하다”고 해석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낙찰 받은 한국전력 부지는 서울시가 올 4월 발표한 국제업무와 문화 공간을 위한 복합 지구에 속해 향후 예상을 초월한 개발 수익도 노릴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강남의 코엑스에서 잠실운동장으로 이어지는 축구장 100개의 72만㎡ 부지는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국제업무와 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스포츠, 문화엔터테인먼트 등 4대 핵심 기능을 담은 서울의 먹거리 단지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한국전력 부지를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고 부지의 20~40% 면적을 공공 기여로 제공받기로 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낙찰받은 땅에도 서울시가 추진하는 4대 사업 관련 시설이 포함될 전망이다.

현대차 역시 이 땅에 30여개 계열사를 통합하는 글로벌 헤드쿼터를 마련하고 자동차와 관련한 복합 문화시설도 추가할 계획이다. 또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을 건설해 일반 상업 용도가 아닌 복합 문화공간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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