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은 지난해 7월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함께 취임했다. 재정경제부 2차관 출신인 그는 취임 첫날부터 “낙하산 인사는 물러나라”는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 속에 업무를 시작했다. 임 회장은 “그간 쌓였던 내적 비리를 털고 가자”며 KB금융 내부 비리를 자진 신고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 대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퇴진 논란은 지난 4월부터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이 행장과 대립하며 불거졌다. 약 4개월간 갈등을 반복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임 회장에 경징계를 통보했다. 그러나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임 회장이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자회사(국민은행)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중징계(문책경고)로 상향했고, 금융위원회는 최종 징계에서 직무정지 3개월을 내렸다. 임 회장은 이에 반발하며 지난 16일 법원에 직무정지 취소 처분 소송 및 가처분신청을 제출하는 등 당국과 전면전을 벌였다.
◆이사회·금융당국 비판 면치 못해
애초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사외이사 간 의견이 분분해 합의된 결론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회장 사퇴를 놓고 사외이사들은 격론을 벌였다.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 개최 전 “임 회장이 명백하게 법률을 위반했거나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끼친 게 없는데 사퇴를 강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가 예상을 깨고 속전속결로 해임에 합의하면서 “이사회가 당국 압력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 회장의 소송에 대비해 합동대응팀을 꾸린 금융당국은 인맥 등을 총동원해 KB금융 사외이사들에 표심 공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 15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만나 사퇴 처리안을 종용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 비판론도 비등했다. 이사회가 외부를 의식해 회장 사퇴를 결정한 건 ‘관치 금융’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임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법원에 제기한 직무정지 취소 소송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어찌 됐든 이로써 경영혼란을 수습하게 될 전망이다. 임 회장의 해임으로 KB금융그룹에 대한 당국의 고강도 검사가 풀릴 것으로 보이며, 차기 수장은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해 당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이사회는 19일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임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