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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기억해야"…놀자판 사라진 조용한 대학축제

입력 : 2014-09-17 19:39:41 수정 : 2014-09-17 21: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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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로 취소됐던 축제 잇따라
추모 만화전·엽서 보내기 등 아픔 동참 부대행사 잇따라
‘아이들아, 부디 그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홍익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졸업반인 송모(24)씨는 대학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은 17일 오전 홍문관 1층에 전시된 ‘세월호 추모 만화전’을 둘러본 후 방명록 코너에 안타까움을 담은 메시지를 적어 붙였다. 송씨는 세월호 사건을 다룬 그림들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한 듯 몇 번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사람들은 축제를 순간의 이벤트처럼 생각하고 끝나면 잊어버리듯 세월호 사고도 잊는 것 같다”며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졌던 본질적인 질문을 잊지 않고 할 일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줄줄이 취소됐던 대학 축제가 속속 개최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부대행사도 잇따랐다.

홍익대는 대동제의 일환으로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추모 만화전을 개최했다. 하얀벽으로 둘러싸인 전시관 입구에는 고경일 화백이 밑그림을 그리고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함께 채색한 걸개그림을 중심으로 둥근 전시관 구조에 맞춰 100여점의 그림과 33점의 사진이 전시됐다. 고 유니나 선생님과 장주이양 등의 캐리커처와 희생자 부모·친구들의 편지도 함께 전시됐다.

전시장을 찾은 졸업생 강모(30·여)씨는 “(그림을 보니) 다섯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이 먹먹해진다”며 “세월호 사고로 연기됐던 대학 축제가 이러한 추모행사와 함께 열린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회 개최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림을 그린 만화가들과 학생들의 ‘토크콘서트’와 주민들과 함께 하는 ‘드로잉쇼’ 등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대립 정국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과 학교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시회를 주관한 ‘재미있는 재단’의 김호성 이사는 “축제를 이틀 앞둔 월요일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받아 당황했다”며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고 공유해야 할 대학이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해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이화여대도 이날 ‘소통·기억·변화’라는 제목으로 축제를 열고 ‘기억’ 부분을 세월호 침몰 사고 추모행사로 기획했다. 학교 정문에 세월호 추모 부스를 차려놓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엽서 보내기’, ‘9월27일 동조 단식 참가 신청’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방문자 전원에게는 “지우기 전에 기억하라”는 의미로 컴퓨터 키보드 ‘백스페이스’ 자판에 붙이는 스티커를 나눠줬다. 축제를 기획한 성모(23·여)씨는 “잊으면 묻히기 때문에 계속 떠올리고 기억해야 한다”며 “봄 축제가 세월호 사고로 취소됐기 때문에 가을축제 준비 회의에서 세월호 관련 기획행사가 가장 먼저 논의됐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역시 이날부터 시작된 축제기간 동안 팔정도 광장에서 ‘9월27일 동조 단식’ 참가 신청을 받는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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