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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널사' 왕지원 "연기, 지금은 비빔밥에 재료를 담는 과정"(인터뷰)

입력 : 2014-09-16 09:05:10 수정 : 2014-09-17 09: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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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이미지는 거의 첫인상에 좌우된다고 했다. 배우 왕지원 역시 이국적이고 또렷한 이목구비로 인해 까칠하고 도도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늦은 오후 인터뷰에서 만난 왕지원은 서글서글하고 소탈한 옆집 언니를 떠올리게 했다.

왕지원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조진국,연출 이동윤 김희원, 이하 운널사)에서 이건의 옛 연인이자 발레를 사랑하는 강세라 역으로 분했다. 첫 회부터 완벽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알려준 그.

작품에 대해 아쉽거나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것이 아닌 세라라는 캐릭터의 아픔이 아련하게 생각난다는 그는 마냥 미운 악역이 아니었다.


왕지원은 2009년 국립발레단 단원까지 발탁될 만큼 뛰어난 발레 실력을 자랑했지만 천직으로 삼지 않고 연기의 길을 택했다. 작품을 통해 사랑했던 발레의 추억을 꺼내 놓는 그와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 발레의 꿈을 접는 극중 세라의 모습이 겹쳐졌다. 발레를 사랑했던 그에게 자신의 상황이 '운널사'에 크게 작용했는지 궁금했다.

"감독님께서 발레를 했던 사람의 상황과 그만 뒀을 때의 기분까지 제가 많이 안다고 생각하셔서 제안해 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부담이 더 커지더라고요. 발레를 그만 둔지 5년이 지났는데 드라마에서 기대하셨던 만큼 보여드려야하니까요. 하지만 전공자였기 때문에 욕심이 났어요."

영화 '블랙 스완'처럼 리얼한 발레리나의 모습과 분장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완벽한 발레리나로 보이기 위해 하루에 세 시간 씩 한 달을 꼬박 연습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발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는 발레리나로 활동하다가 우연히 CF 모델로 발탁됐다.

"압구정에서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 됐어요. 사진을 찍는 분께 우연히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이 최종까지 올라갔어요. 그래서 1등이 됐고 화보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어요.(웃음)"

"처음에는 전혀 연기할 생각이 없었어요. 이렇게 될 줄도 몰랐고요. 발레를 하다가 부상을 너무 당하고 지쳐있는 정신 상태에서 밝기보단 우울함이 컸어요. 그 때 카메라 앞에서의 행복감을 알았습니다. 발레를 그만둘 때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모델이 되고 연기를 시작하면서 두 번째 꿈을 꾸게 됐죠."


'운널사'는 극의 중후반부터 장나라와 장혁의 스토리에 너무 치중됐다는 평을 받았다. 이로 인해 서브 캐릭터인 왕지원과 최진혁의 이야기를 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악역 하나 없는 '운널사' 속 강세라는 상황이 만들어 놓은 적절한 캐릭터였다. 평범한 질투심을 가진 세라가 정말 악한 악역이 됐다면, 남매로 끝나지 않았더라면 이 드라마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해졌다.

"진정한 해피엔딩을 연인을 통해 끝났더라면 새로운 엔딩이 나왔겠죠. 세라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던 아이인데 다니엘이 나타나서 남매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픔보다 놀란 마음이 더 컸을 거예요. 서로의 감정 선이 열렬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한 쪽만 일방적으로 찾는 모습이 아쉽긴 했지요."

"'운널사'는 제게 첫사랑같은 드라마에요. 아련한 첫사랑이요. 정말 많은 장면에서 복합적인 감정들이 샘솟았어요. 아름다운 추억도, 아픔도, 풋풋함까지요."

작품의 이미지와 외모 때문에 도도하고 시크하다는 고정관념이 컸지만 왕지원은 인터뷰 내내 에너지 넘치고 소탈한 웃음을 보여줬다.

"어린이 같은 면이 있어요. 만화와 캐릭터를 좋아하고 장난도 잘 치고요. '로맨스가 필요해3'에서 오세령 역을 맡았을 때 평생 할 액세서리는 다 한 것 같아요. 보통 여자들의 관심사와는 다른 면이 많아요. 털털하고 보이시 하기도 하고요."

연기의 길에 들어선 만큼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어떤 선의의 욕심을 부리고 싶은지 물었다.

"영화 꼭 해보고 싶어요. 액션에 관심이 많아요. 니키타 같은 역이 있다면 욕심나요. 처음부터 좋은 배역을 맡을 수는 없겠지만 작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부터 시작해보고 싶어요. 제 옷에 딱 맞는 캐릭터를 찾기에 쉽지는 않겠지만요. 드라마 중에서는 '커피 프린스'의 윤은혜 씨 같은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연기는 두 번째 인생이에요. 17년을 발레만 해 아쉬운 것도 없고 후회하는 것도 없어요. 생각이 많았을 시기에 연기가 제겐 단비 같은 존재였어요. 앞으로 내면이 꽉 찬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비빔밥에 비유하자면 지금은 비빔밥 재료를 담는 과정인 것 같아요. 눈빛 하나로, 톤 하나로 코끝을 찡하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거예요.(웃음)" 

이린 기자 ent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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